[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내주 방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급작스런 지시로 취소됐다.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과 연내 종전선언 등 ‘한반도 평화체제’ 시간표도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6일 기자들과 만나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면서도 “이번 방북 무산으로 오히려 문 대통령 역할이 더 커진 것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이어 “북미 정상 모두 대화의 동력을 살려가려는 의지가 높다고 생각한다”며 “남북 정상회담도 북미대화에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3차례 글을 올려 “한반도 비핵화에 진전이 없어 보여 폼페이오 장관에게 북한을 방문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며 “향후 중국과의 무역 문제가 해결된 후에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을 방문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6월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 문제에 긍정적 입장을 견지해 왔던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비핵화에 진전이 없어 보인다’고 발언한 것은 이례적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에 제안할 것으로 알려진 ‘핵시설 리스트 공개-종전선언’ 교환에 북한이 부정적인 자세를 고수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또 해결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중국과의 무역문제’를 선결조건으로 내건 것 역시 주목된다. 일단 다음 달 북한의 정권수립 기념일 70주년(9.9절)을 앞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가능성 등 ‘북중 밀월’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북한 비핵화와 중국 무역문제를 엮어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당초 청와대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이후 9월 정상회담 준비를 본격화 하려 했다. 폼페이오의 방북성과를 기반으로 9월에 평양 남북회담, 워싱턴 북미회담, 뉴욕 유엔(UN)총회 계기 남북미 회담 등을 거쳐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까지 연결한다는 시나리오가 제기돼 왔다. 그러나 그 시작점인 폼페이오 방북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첫 단추부터 일그러진 셈이다.
다만 문 대통령의 9월 방북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폼페이오 방북 때까지) 김 위원장에게 안부를 전하고 싶다. 그를 곧 만나길 고대하고 있다”면서 2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은 열어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오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핵심 참모들과 북한 관련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댄 스캐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 트위터 캡처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