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호 기자] 금융당국이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R&D) 회계처리에 관한 감독기준을 조속히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아울러 기업스스로 회계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30일 오전 한국거래소에서 제약·바이오 기업 회계처리 투명성 관련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글로벌 시장규모가 연평균 약 5.2% 성장해온 유망산업으로서 산업의 핵심 경쟁요소가 연구개발(R&D)로 국내 업계의 경우 글로벌 기업에 비해 R&D 지출규모가 크게 낮은 수준으로 앞으로도 많은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금융위는 예상하고있다.
반면, 최근 들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가 글로벌 관행과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금감원은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에 대해 감리를 실시하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약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연구개발비용을 재무제표상 비용으로 인식하지 않고 무형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는 시점에 대한 판단이다.
김용범 부위원장은 "현재 코스닥 시장에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투자자 보호 필요성이 클 뿐만 아니라 일부 기업의 회계처리에 대한 문제 제기가 업계 전반의 신뢰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감독당국의 인식이 업계 현실과 큰 차이가 있어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관련 이슈를 짚어보고 적극 해소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금융당국은 현행 회계기준의 합리적인 해석범위 내에서 제약·바이오 기업의 R&D비용 회계처리에 관한 감독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김 부위원장은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투자자금이 필요한 산업 특성 등을 고려해 R&D 비용을 어느 시점에 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감독기준을 제시해 기업의 회계처리와 외부감사업무의 불확실성이 완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그동안 청취한 시장 의견과 오늘 논의를 토대로 해서 금융위와 금감원이 함께 감독기준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제약·바이오 분야와 같이 산업 특성에 대한 특별한 고려가 필요한 부문부터 ‘대화와 지도‘ 방식의 감독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감리 결과 중대하고 명백한 위반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 따른 책임을 엄중히 묻겠지만 회계기준의 모호성 등으로 인한 회계오류에 대해서는 개선권고나 시정조치 등 간접적인 수단을 적극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감독업무 수행과정에서 개별 산업의 성숙단계나 회계기준의 도입 시점도 충분히 고려하겠다"며 "신약 개발 등 국내에서 회계기준 적용 경험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분야는 기업 스스로 회계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방안을 강구할 계획으로 구체적인 방안은 지난 3월부터 운영 중인 감리선진화 TF 논의 결과와 함께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회계기준의 충실한 준수를 독려·지원하면서, 기업의 애로사항을 발굴해 필요한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김 부위원장은 "연구개발비를 보수적으로 회계처리할 경우 재무상태 악화에 따른 상장 퇴출 등을 우려하는 기업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회계기준에 맞게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재무상황을 잘 알린 기업들이 불합리한 상장 관련 제도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며 "상장관련 제도의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는 거래소와 함께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30일 제약·바이오 회계처리 관련 간담회에서 "기업들의 에로사항을 제도에 적극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금융위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