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슨 크레이그 “인생의 ‘벽’ 넘어 당신의 꿈을 사세요!”

말 더듬는 질병 딛고 호주 스타 뮤지션으로…"BTS, 딘과 콜라보 하고파"

입력 : 2018-08-31 오후 6:42:15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사방이 온통 ‘벽’으로 둘러 쌓인 기분이었다. 말을 더듬는 선천적 장애로 세상은 그를 차갑게 대했고, 한 줌의 단어들조차 눈물을 삼키며 먹는 날도 많았다. “어릴 적 말을 더듬는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많이 당했어요. 사실 저는 저라는 사람일 뿐인데 말이죠. 꿈을 접어야 하나 좌절한 날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31일 서울 강남구 유니버설 사옥에서 만난 호주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해리슨 크레이그. 그는 세상의 가혹한 편견과 맞서온 자신의 유년 시절을 이렇게 회고했다. '말 더듬는 사람'이란 편견이 유령처럼 따라 다녔고, 주변인들은 소통이 아닌 단절의 대상에 불과했던 나날들.
 
31일 서울 강남구 유니버설 사옥에서 만난 호주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해리슨 크레이그. 사진/조은채 뉴스토마토 인턴 기자
 
분홍색 정장을 입고 있던 그는 진지한 표정 끝에 밝은 미소를 짓더니 바로 분위기를 전환했다. “그런 와중에도 음악은 늘 좋아했어요. 집에서 노래를 늘 틀어 놓고 부르곤 했어요. 하루는 듣고 있던 어머니께서 ‘학교 가서 한번 불러보지 않겠냐’고 제안하셨는데, 그게 제 삶의 전환점이 됐죠.“
 
친구들 앞에서 부른 노래는 그의 두려움을 극복시켜 준 결정적 계기였다. 점차 공연처럼 노래를 부르면서 괴롭히거나 놀리는 일이 줄었고 음악이 문제를 극복하는 역할을 한다는 걸 깨닫게 됐다.
 
“용기를 낼 수 있었던 동력은 저 자신을 진심으로 믿었기 때문이에요. 그때부터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됐던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한테도 자신을 알고 꿈을 향해 전진한다면 누구든지 어려움은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31일 서울 강남구 유니버설 사옥에서 만난 호주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해리슨 크레이그. 사진/조은채 뉴스토마토 인턴 기자
 
음악을 향한 사랑과 열정은 점차 꿈으로 확장됐다. 2013년 오디션 뮤직 프로그램 ‘더 보이스 오스트레일리아’에 도전했고 수많은 접전 끝에 우승을 거머쥐게 된다. 이후 자전적 이야기를 기반으로 팝 뮤직부터 발라드, 재즈까지 폭넓은 장르를 시도하며 3개의 정규 음반을 냈다.
 
특히 1집의 타이틀곡 ‘모어 댄 어 드림(More Than a Dream)’의 가사는 지금도 가장 좋아한다. 자신이 겪은 인생의 고난을 ‘벽’이란 이미지에 비유하고 있는데 이것을 두고 그는 “아이로서 느꼈던 시련을 ‘벽’에 둘러 쌓인 것처럼 시각화 했다”고 설명했다.
 
“곡을 쓸 때 제 경험과 순간을 담아내려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 곡(모어 댄 어 드림) 역시 그랬고요. 가사 중엔 ‘제 주위를 둘러 싼 벽을 뜯어내고 무너뜨린다’는 표현이 있는데 아직도 제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에요. 듣는 분들도 비슷한 느낌을 느끼길 바라요.”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아 펴낸 그림책 '해리슨스 스토리'. 사진/조은채 뉴스토마토 인턴 기자
 
삶에 대한 긍정의 철학은 음악을 넘어 책과 사회 활동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엮은 그림책 '해리슨스 스토리(Harrison’s Story)'를 발간했고, 세계 곳곳의 자선단체 행사에 참여하며 ‘세계를 행복하게 만들겠다(Make world so happy)’는 신념을 실천하고 있다.
 
이번 첫 한국 방문도 사랑의 열매와 세계공동모금회 주최로 열린 '2018 아시아태평양 필랜트로피 써밋' 등에 호주 문화사절단 대표로 참여하고자 이뤄졌다.
 
“2년 전부터 세상을 더 낫게 만들 수 있다면 뭐든지 해야겠다는 생각에 사회활동을 하고 있어요. 29일 열린 써밋에는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도 왔는데 그곳에서 공연을 하는 영광도 얻었고요.” “28일 ‘사랑의 열매’의 자선행사에선 탈북 어린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가서 제 그림책도 읽어줬어요. 한 아이는 제 팬이라며 다가와 즉석에서 노래를 제안하길래 무대 앞으로 불러 함께 불렀어요.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31일 서울 강남구 유니버설 사옥에서 만난 호주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해리슨 크레이그. 사진/조은채 뉴스토마토 인턴 기자
 
평소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에 관심이 많은 만큼 지난 6월 무렵부터는 또 다른 음악적 시도도 하고 있다. 베이스와 신디사이저 비중을 늘려 1980~1990년대 복고적인 풍의 스타일로 ‘바이스 드림(Vice Dream)’이라는 앨범을 준비 중이다. 그는 “앨범의 첫 곡은 ‘로열(Royal)’이란 곡인데 ‘세상에 당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보여주라’는 내용”이라며 “모든 사람들이 놀라운 사람들이고 놀라운 일을 할 수 있다는 가사”라고 소개했다.
 
평소 KPOP과 한국 문화에도 관심이 많았다며 웃었다. “한국은 문화적으로 역사가 깊다고 알고 있었고 그런 부분을 경험하고 싶어요. 어제도 한 10~20km를 걸으면서 남산타워부터 노래방, 음반점을 쭉 돌았어요.”
 
주섬주섬 핸드폰으로 어제 찍은 사진을 꺼내 보여줬다. “강다니엘을 평소 좋아해서 어제 음반점에서 음반을 들고 직접 인증샷을 남겼죠. 함께 작업하고 싶은 가수요? 방탄소년단하고 딘이요! (손하트 표시를 하며) 방탄소년단은 정말 제가 너무 좋아하고, 딘은 만나보진 못했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 굉장한 열정이 있는 것 같아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꼭 함께 작업 해보고 싶어요.”
 
향후 음악적, 작가적, 사회적 활동의 지향점을 묻는 마지막 질문에 다시 진지해졌다.
 
“음악이든, 책이든, 공연이든 무엇이든 간에 제 마음을 쏟아 붓는 게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해요. 앞으로 죽을 때까지 그렇게 활동해나갈 계획이에요. 내일도 한국 어린이들을 만나는 행사가 있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자신의 신념을 믿고 노력하라고 얘기해줄 거에요. ‘너의 꿈을 살아라!(Live your dream)’라고 얘기해줄 거에요!”
 
31일 서울 강남구 유니버설 사옥에서 만난 호주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해리슨 크레이그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은채 뉴스토마토 인턴 기자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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