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세준 기자] 현대자동차가 '5대 미래 혁신성장 분야' 중 하나인 로봇사업을 본격화한다.
2일 현대차에 따르면 의자 형태의 관절 보조 로봇인 '체어리스 체어'를 연내 생산 현장에 시험 적용한다. 앉았다가 일어서는 동작이 많은 노동자들이 업무 중간에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돕는 이 로봇은 현대로템과 함께 개발 중이다. 현대차와 현대로템은 2010년부터 웨어러블 로봇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또 현대차는 내년 상반기까지 어깨와 목 등에 무리를 주지 않고 일할 수 있게 돕는 '상지형 작업 보조 로봇'도 개발한다. 공장에서 무거운 짐을 들 때 허리를 보조하는 웨어러블 로봇도 연구 중인데, 미국 샌프란시스코 메디컬센터에서 시범 적용 후 오는 11월 최종 개선안을 선보일 계획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사진/뉴시스
아울러 현대차는 서비스 분야 로봇도 개발 중이다. 서비스 로봇은 지난해 콘셉트를 정했고 올해부터 디자인과 설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말에는 호텔 로봇을 해비치호텔&리조트와 롤링힐스에서 시험 운행한다. 이 로봇은 고객을 엘리베이터와 객실까지 안내하고 룸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반신 마비 환자 또는 장애인이 걷거나 계단을 오르도록 돕는 착용식 의료 로봇도 완성 단계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식품의약국(FDA) 인증을 준비 중이다.
자동차 판매 현장에서 사람 대신 고객을 응대하는 로봇도 내년 초 프로토타입을 선보일 계획이다. 현재 일본 닛산이 현장에 도입한 소프트뱅크의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와 달리 여러 곳을 이동할 수 있는 모빌리티 기능을 탑재하는 게 골자다. 고객이 있는 곳까지 스스로 이동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로봇을 선보이겠다는 게 현대차의 구상이다. 사람 말을 잘 알아듣는 '자연어 인식'은 기본이다.
이와 함께 전기차가 충전기 앞에 멈추면 자동으로 충전을 해주는 사람 팔 형태의 로봇도 개발 중으로, 2020년까지 프로토타입을 공개할 계획이다. 이는 아이오닉 일렉트릭, 코나EV, 넥쏘 등 전기차 라인업을 지속 강화하면서 편리한 충전 인프라를 동시에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전기차의 경우 1회 충전으로 50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는 장거리용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가 로봇을 처음 선보인 것은 지난 2015년 '창조경제 박람회'에서다. 당시 이동약자를 위한 '보행보조 착용로봇' 4종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 로봇은 미국의 이레그스(eLEGS), 이스라엘의 리웍(ReWalk) 등 경쟁업체 제품과 비교해 20% 이상의 경량화를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로봇 개발은 더욱 힘을 받는 중이다. 현대차는 그룹 차원에서 차량 전동화, 스마트카(자율주행치·커넥티드 카), 로봇·인공지능(AI), 미래 에너지, 스타트업 육성 등을 5대 미래 혁신성장 분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정 부회장은 올해 초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향후 5년간 이 분야들에 2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현대차는 올해 5월 로보틱스(Robotics)팀도 신설했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로봇 사업에 필수 요소 중 하나인 AI 기술 확보를 위해 지난해 2월 전략기술본부를 신설하고 관련 전담조직을 구축했다.이를 통해 사운드하운드, 카카오 등 관련 기술 선두 업체들과의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운드하운드의 음성인식 및 인공지능 플랫폼인 '하운디파이' 기반의 대화형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가 점차 지능화되는 시대에 로봇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 분야"라며 "로봇은 교통 약자에게 이동의 자유는 물론 산업, 군사, 생활 지원 등 다양한 분야로도 확대 가능한 신사업으로서 앞으로 현대차의 진출 영역을 무한대로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세준 기자 hsj121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