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천 버티기'에 전·현직 장교들 "군인 맞나"

귀국 거부하고 가족과도 연락 안돼…기무사 출신들 "비겁하고 부끄러워"

입력 : 2018-09-02 오후 3:36:51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기무사 계엄문건’ 사건 핵심 피의자인 조현천(육사 38기) 전 국군기무사령부에 대한 후배장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3성장군'의 국가 최고위 장교였지만, 수사기관이 진실규명을 위한 출석요구에도 불구하고 수개월째 외국에서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명예를 생명으로 여기는 장교출신 답지 못하다는 비판이다.
 
군검 합동수사단 관계자는 2일 “조 전 사령관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가족들도 모르는 상황”이라면서 “앞서 조 전 사령관의 지인을 통해 수사단의 입장을 전한 상태”라고 말했다. 수사단 안팎에서는 이정도 상황이면 조 전 사령관이 도피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사건 발발 초기 일각에서는 조 전 사령관이 변호인을 통해 자진 귀국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합수단 관계자는 “수사개시 이후 귀국과 관련된 어떤 입장도 직·간접적으로 받은 바 없다. 변호인도 선임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5년 10월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조현천 당시 국군기무사령관이 입장하고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합수단과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조 전 사령관이 미국으로 출국한 시기는 2017년 12월쯤으로 알려졌다. 도미 배경은 학업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가족들과도 연락이 끊긴 것으로 보면 알려진 출국 이유와는 다른 사정이 있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현직 군 관계자들은 조 전 사령관이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를 피하기 위해 출국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전직 장성급의 한 고위 군 관계자는 “지금 상황만 가지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뭐라고 해서는 안 된다. 시기상으로도 문건이 공개된 시점과 조 전 사령관의 출국시점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조 전 사령부 재임 당시 기무사에서 근무한 고급 장교들도 같은 말을 했다.
 
그러나 조 전 사령관의 귀국 거부에 대해서는 평가가 매우 박하다. 그가 재임할 당시 기무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영관 장교는 “회사(기무사)가 해체되는 지경에까지 이른 상황에서 한 때 사령관이었던 사람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기무사 출신 장교도 “부대가 풍비박산이 난 상황이면 전직 사령관이라도 군 밖에서 적극 수습에 나서는 것이 맞다. 수개월째 잠적한 듯 귀국하지 않는 것은 한마디로 의혹을 사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사관학교를 나온 육사 출신 장교들은 대부분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이 중 한 현역 장교는 “장군 출신이 수사기관에 출석해 포토라인에 서는 것이 치욕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장교로서 중차대한 사건으로 국가가 부르는 것을 외면하는 것 역시 명백한 불명예”라고 말했다. 앞에서 조 전 사령관의 출국을 두둔했던 장성 출신 군 관계자도 “잘 하고 있다고는 못하겠다.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조 전 사령관 재임 당시 그와 기무사에서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장교는 “한번 장수는 전역해도 장수다. 국가에서 별 달아주고 명예를 높여줬으면, 전역했더라도 끝까지 국가를 위해야 한다”면서 “부하들이 다 죽어나가는 판에 저러는 것은 지금 국내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부하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참 비겁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한때 지휘관이라고 모셨던 사실이 부끄럽다. 그를 과연 장수는 고사하고 군인이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개탄했다.
 
덕분에 합수단 수사는 공회전을 거듭하며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조 전 사령관은 계엄문건에 적시된 대로 계엄 하에 실권을 쥐는 합동수사본부장이었다. 또 당시 기무사와 한민구 국방부장관을 잇는 고리 역할을 했다. 이렇게 때문에 조 전 사령관이 귀국을 거부하는 한 수사는 사실상 더 나가기 쉽지 않다.
 
더 문제는 합수단 측으로서도 달리 귀국을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합수단 관계자는 “조 전 사령관의 여권을 무효화해도 그가 현지에서 여권이 무효됐다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 한 생활에는 아무 영향을 줄 수 없다. 실익이 없다”고 설명했다. 합수단은 현재 여권무효 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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