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간편청구 업체 난립…손 놓은 금융위

개인정보 유출·단순청구 이용 불가…소비자 피해 우려
금융위 "핀테크 업체 금융업법 관리 대상 아냐"

입력 : 2018-09-03 오후 2:58:01
[뉴스토마토 양진영 기자] 최근 의료실손보험 등 보험금 간편청구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업체들의 난립으로 홍보 등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개인정보 유출, 서비스 이용 불가 등 소비자의 피해가 예상되고 있지만 정작 이를 장려해온 금융당국의 관리 감독은 전무한 상황이다.
 
3일 보험업계 및 핀테크업계 등에 따르면 지앤넷(실손보험 빠른청구 서비스), 유니마인드(유니다이렉트온), 레몬헬스케어(M-CARE 뚝딱청구) 등 실손보험 간편청구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금융당국이 소비자의 권리인 보험금 청구를 손쉽게 돕고 보험사의 효율성도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적극 장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업체들의 경우 실제 사실보다 부풀려서 홍보되고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분야가 개인정보를 다루는 만큼 부실업체로 인한 피해는 바로 소비자에게 직결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협약을 맺었지만 이후 어떤 일을 하는지 알려진 부분이 없는 곳도 있고 협약 기간이 끝났지만 여전히 협약중인 것처럼 홍보하는 곳도 있다"라며 "또 해당 서비스를 통해 보험금을 청구한다고 해도 보험사 입장에서는 일반 보험금 청구방식과 차이가 없어 몇 건이 간편청구 서비스를 통해 접수되는지 파악할 길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핀테크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정책을 활용해 회사를 키우는 꼼수라는 지적도 있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어떤 실손보험 간편청구 서비스 개발이 완료되지 않았지만 금융당국의 선전에 힘입어 투자금을 모집하고 회사 덩치만 키우는 곳도 있다"라며 "이를 감독하기 위한 절차가 마련되지 않으면 고객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함은 물론이고 다른 핀테크 업체들도 함께 피해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간편청구 서비스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의료계의 반발로 국립암센터, 분당서울대병원 등 대형병원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환자들이 자주 찾는 동네 병·의원에서는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전산프로그램이나 전용단말기 설치 등 비용적인 측면 때문에 규모가 작은 병원까지는 서비스가 확대되지 못하는 것"이라며 "병원측 또한 해당 서비스를 운영할 경우 특별한 이득이 없기 때문에 소극적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의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인슈테크를 활용해 보험금 청구가 간소화 되는 것은 분명히 보험사와 소비자 입장에서 좋은 부분"이라며 "그러나 일정 수준이상의 기술력을 갖추지 못한 업체들이 서로 경쟁하며 허위 광고를 할 경우 결국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고, 만족할만한 서비스로 이어지지 못해 소비자들의 피해로 번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실손보험 간편청구의 확산을 위한 TF를 구성할 계획이지만, 핀테크 업체에 대한 관리 감독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인슈테크 혁신 지원과 소비자 권익 강화를 위해 이번 달 공·사보험 정책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할 계획"이라며 "다만 핀테크 업체들의 경우 금융업법에 따라 등록하거나 인허가가 필요한 곳이 아닌 만큼 따로 감독이나 검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라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7월 서울 영등포구 보험개발원에서 열린 '인슈테크를 활용한 실손의료보험 간편청구 시연 및 간담회'에서 스마트폰 청구 시연을 하고 있다.

 
양진영 기자 cam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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