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항공산업을 미래 먹거리 산업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국가전략은 전무한 상황입니다. 인건비 등으로 국제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국내서는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해외로 나가지 않고서는 방법이 없습니다. 중소기업들이 국가를 못 믿습니다. 정책에 희망이 없습니다."
지난 7일 경남 사천에서 만난 최주원 코텍 대표는 1시간가량의 간담회에서 정부의 무능함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미래 먹거리 산업이라고 불리는 항공산업에 대한 정부의 비전이 뚜렷하지 않은 가운데, 쪼개기 방식의 예산 집행으로 유망 중소기업들이 고사 직전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수출유망중소기업인 코텍은 정부 지원 없이 사실상 홀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는 실정이다.
코텍은 항공기부품 표면처리·열처리를 전문으로 하는 경남지역 중소기업이다. 보잉(Boeing), 에어버스(Airbus) 등의 품질 관련 시스템 승인을 받은 도금라인을 갖추고 있다. 2015~2017년 연간 기준 450억원 안팎의 매출을 기록 중인 코텍은 480여명의 직원이 일하는 고용창출형 기업이기도 하다. 고용 등을 기준으로 제조업으로 환산하면 연매출 1500억원 이상의 성과를 내는 기업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기 관련 산업은 전체 5조원 규모로 영세하다. 이는 현대자동차 계열사로 자동차부품을 공급하는 현대위아의 지난해 매출 7조4800억원보다 적은 수준이다. 반면 세계 항공기 관련 시장은 2014년 520조원에서 2023년 720조원으로 성장이 예상된다. 세계 항공산업은 갈수록 커지는데, 그 낙수효과를 국내 중소기업은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 대표는 "보잉, 에어버스 등이 중국 항공사의 급성장으로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개발도상국 위주로 발주하는 상황"이라며 "국내 항공산업은 기술·설계 산업이 아닌 항공회사들의 설계대로 부품을 만드는 임가공업이다. 임금 경쟁력이 있어야하는데, 한국은 인도네시아, 인도, 태국, 베트남 등에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한국은 항공기를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게 아니라 부품산업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 결국 원가 싸움"이라며 "보잉, 에어버스 등 각 사별로 생산 라인이 달라 자동화도 불가능하다. 인건비 싸움에서는 한국은 국제 경쟁력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건비 때문에 국내의 카이(KAI) 등이 수주가 잘 안돼서 중소기업한테도 물량 배당이 잘 안된다"며 "중소기업들은 지난해부터 해외물량을 직접 수출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스마트팩토리 정책에 대해서도 쓴소리가 이어졌다. 최 대표는 "우리 같은 경우 스마트팩토리 공장 하나 설계할 때 200억원 들어간다. 그런데 정부는 5000만원 주고 스마트팩토리 하라고 하는데 소프트웨어 하나도 못 만든다"며 "5억원, 50억원 줘도 결과를 만들어낼 수 없는 일이다. 5000만원씩 100개 업체에 주면 그 돈은 없어지는 돈이다. 스마트팩토리 유망업체 한 곳에 50억원을 주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꼬집었다.
최 대표는 이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 길을 찾아나가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정부만 바라보지 말고 기업이 직원을 위해, 산업을 위해 나서야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중국 시장이 항공 쪽에서도 가장 큰 시장이 될 것"이라며 "중국 시장을 적극 공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기업의 존재이유는 직원들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직원들이 먹고 살 수 있는 회사가 되도록, 선순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최주원 코텍 대표.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