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호 기자] 금융당국이 지난 4월부터 진행 중인 10개 제약·바이오사에 대한 연구개발(R&D) 비용처리 테마감리가 애초 예상과는 다르게 큰 문제 없이 지나갈 것으로 보인다.
등 7개 사는 올해 반기보고서를 제출하면서 과거 사업보고서도 재작성했다. 이들은 재무제표 수정을 통해 임상 단계의 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한 탓에 실적이 급감했다. 그러나 4년 연속 적자로 인한 관리종목 지정 업체는 없었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재무제표 수정을 통해 대부분의 업체가 임상단계의 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했다"며 "그러나 중요한 점은 4년 연속 적자로 인한 관리종목 지정 업체는 없었다는 것이다. 시장 충격을 최소화 하려는 금감원의 노력이 엿보이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이들 7개사를 올해 4월부터 금감원이 착수한 테마감리 대상 회사로 보고 있다.
지난 4월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에 테마감리 대상에 선정된 10개사는 연구개발비 비용이 높다든지, 개발비의 자산화 시점이 빠른 곳"이라며 "연구개발비가 자산화된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업성 변경으로 자산으로 잡혔던 연구개발비가 빠르게 손상 처리돼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 등을 대상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의 테마감리 발표 이후 제약·바이오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 4월12일부터 지난 9월7일까지 코스닥 제약바이오 지수는 17.3% 떨어졌다. 코스피는 11.4% 하락했다. 이마저도 금융당국의 제약·바이오기업 회계처리 투명성 관련 간담회 후 상승한 결과다. 간담회가 있기 전인 지난달 29일을 기점으로 보면 코스피는 19%, 코스피는 13.8% 하락했다.
하태기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회계감리 이슈로 주요 바이오주가 50~60% 이상 하락한 것은 투자라기보다 투기적 심리가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반증한 것"이라며 "주요 바이오기업은 자신들의 사업을 변함없이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한국 제약·바이오기업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도 여전하다. 주식시장에서만 난리가 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테마감리 후 불안감이 시장에 크게 반영됐지만 감리 결과는 예상했던 것보다 여파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업계 현실을 최대한 반영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특히 감리대상인 10개 회사에 대한 감리 결과에도 이런 기조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지난달 30일 10개 회사에 대한 감리 결과 및 제재 조치안이 금융위 감리위에 상정될 것으로 봤지만 아직 금감원 감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10개 제약·바이오사에 대한 테마감리 결과가 아직 우리 쪽으로 넘어오지 않았다. 아직 금감원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지난 4월부터 진행중인 10개 제약·바이오사에 대한 테마감리가 큰 여파 없이 지나갈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시스
금융당국은 9월 중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 비용 회계처리에 관한 감독기준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쟁점은 아직 개발 중인 약에 대한 연구개발 비용을 회계장부상 자산으로 반영하는 시점이 언제인지 여부다.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은 임상1상 또는 임상시험에 들어가기 전부터 연구개발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해왔다. 개발비를 단순히 비용으로 보지 않고, 기술적 실현 가능성에 무게를 둬 무형자산으로 분류한 것이다. 특히 개발비에 대한 회계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회사가 자의적으로 판단하면서 회사별 차이가 컸다.
업계 관계자는 "앞서 테마감리를 시작한 회사에 대해 금융당국이 9월 발표하기로 한 회계처리 기준을 적용할 것으로 본다. 아울러 이미 문제로 지적된 사항을 수정한 점도 감리 결과에 반영될 것"이라며 "발표된 기준으로 2018년 재무제표가 작성되면 제약·바이오주의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