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구글의 인공지능(AI) 스피커 '구글홈'이 한국에 상륙한다.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으로 기존 이동통신사와 포털 사업자 중심의 국내 AI스피커 시장 내 경쟁이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구글은 11일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한 행사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날부터 구글홈 사전판매를 시작하고, 오는 18일 정식 출시한다고 밝혔다. 구글홈의 강점은 AI기술력 외에 연결성을 꼽을 수 있다. 이미 많은 이용자를 확보한 구글의 이메일 서비스인 지메일과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와 연동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덕분에 지난 2016년 미국에서 처음 출시된 후 2년 만에 아마존 '에코'에 이어 전세계 AI스피커 시장점유율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구글이 오는 18일 정식 출시할 AI스피커 '구글홈 미니'. 사진/구글
강력한 인지도를 바탕으로 다양한 국내 가전업체와 제휴관계를 맺은 점도 눈길을 끈다. 구글은 구글홈 국내 출시에 앞서 LG전자, 경동나비엔, 코웨이 등 국내 홈 기기 회사와 손잡았다. 이로써 구글홈에 탑재된 음성인식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 기능을 스마트폰 외에도 TV, 냉장고, 보일러, 정수기 등 집안가전에 쉽게 이식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이통사와 포털 회사가 이제 막 건설·차량 회사와 관련 연구를 시작한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국내 출시를 더디게 했던 한국어 음성인식 정확도 문제 역시 확실히 해결했다는 게 구글 측 입장이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도 목소리 명령만으로 개인화된 정보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예컨대 집안에서 A라는 이용자가 등록한 개인 일정과 B라는 이용자가 등록한 개인 일정을 호출자의 음성만으로 구분해 전달한다. '보이스 매치'로 명명된 이 기능은 최대 6명의 목소리까지 등록할 수 있다. 보이스 매치 기술 역시 국내 주요 사업자들이 도입하지 않은 기능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제품 소개를 맡은 미키 김 구글 아태지역 하드웨어 사업 총괄 전무는 "하나의 음성인식 비서를 가지고 여러 기기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구글만의 강점"이라며 "이용자들은 구글홈, 안드로이드 오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등에서 구글 어시스턴트를 활용한 음성 인식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할 수 있는 보이스 매치 기능 역시 구글만의 중요 기능"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개인화 정보와 연결성을 앞세운 구글홈의 국내 진출이 AI스피커 시장 지형도를 어느 정도까지 뒤흔들어 놓을지 주목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AI스피커 수는 올해 말까지 약 1억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한국은 약 300만대의 AI스피커가 보급돼 점유율 3%로 세계 5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약 100만대 수준이던 국내 AI스피커 시장이 약 3배 가까이 늘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국내에선 KT '기가지니', SK텔레콤 '누구', 네이버 '클로바', 카카오 '카카오미니' 등이 AI스피커 시장 선점을 위해 경쟁 중이다. 이동통신 리서치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KT 기가지니가 이용률 39%를 기록해 국내 AI스피커 시장을 선도하는 모양새다. 뒤이어 SK텔레콤 누구(26%), 네이버 클로바(16%), 카카오미니(12%) 순이다. 다만 국내시장에서만큼은 구글홈이 후발주자라는 점은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미키 김 구글 아태지역 하드웨어 사업 총괄 전무가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에서 연 '구글홈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구글 AI스피커 '구글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구글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