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장애인 단체 활동가와 회원들이 서울시의 장애인 양육 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지고 차별적이라며, 더 보편적인 기조로 바꾸라고 요구했다.
장애여성자립생활센터 '파란'은 11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 홈헬퍼 사업 전면수정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장 면담 요청서'를 서울시에 전달했다.
홈헬퍼는 서울시가 장애 여성을 위해 임신·출산·양육 관련 서비스를 수행하는 돌보미를 파견하는 정책이다. 평균 소득 100% 이하의 1~6등급 여성 장애인의 가사 부담을 덜어줘 장애 가족의 안정성을 도모하려는 취지다.
파란은 장애 여성의 임신·출산·양육을 도와주는 홈헬퍼 사업의 지원 대상을 9세 미만 자녀에서 13세 미만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적·장애·정신 장애인은 자녀 연령 12세 미만까지 지원받을 수 있지만, 장애 유형과 관계없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신체 장애인도 양육할 때 일어나는 상황들에 즉시 대처하기 힘든 건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또 아이돌보미 사업은 자녀 나이를 13세 미만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홈헬퍼 사업도 동일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지원 대상 자녀 연령을 확대할 뿐 아니라, 지원 기간 내내 하루 최대 6시간, 월 최장 180시간 서비스를 하라는 요구사항도 있다. 현재 홈헬퍼 서비스는 출생 이후 100일 이내 신생아의 경우, 하루 최대 6시간씩 1개월에 최장 120시간을 지원하고 있다. 9세 미만은 하루 최대 4시간씩 월 최장 70시간이다.
자녀가 태어나고 100일이 지나면 서비스 시간이 최대 2시간, 월 50시간이 줄어드는 셈이다. 유아는 태어난 지 100일 이후에 기고 걷기 시작하면서 돌발 상황이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장애 여성에게는 신생아일때보다 오히려 더 많은 지원 시간이 필요하다. 응급상황에 하루 최대 8시간을 사용할 수 있긴 하지만, 이 때도 1개월에 서비스 최대 이용 시간이 70시간이라 실효성이 떨어진다.
파란은 홈헬퍼 정책이 장애인을 비장애인에 비해 차별하고, 장애인끼리의 성차별을 조장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업 시행지침에는 '모의 상시 부재시 서비스 제공 불가'라는 조항이 있다. 홈헬퍼 서비스가 이뤄질 때 자녀의 어머니가 자리를 비우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전제가 깔린 문구다. 파란 관계자는 "아이돌보미 사업 등 다른 유사한 서비스에는 전혀 없는 조항으로, 장애 부모에게만 적용되는 명백히 차별적인 요소"라고 성토했다. 특히 부모 중에도 '모'만 명시해 자녀 양육이 어머니만의 역할이라고 한정했다는 문제도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월 파란이 서울시 관계자와 면담한 끝에 공공(금융)기관 방문이나 단시간·근거리 외출 등은 가능해졌으나, '단시간·근거리' 등 표현이 모호할 뿐더러 본질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되지 않아 항목 자체를 삭제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이외에도 장애인의 모·부성권을 함께 보장하고 성평등적으로 육아 지원을 하기 위해, 장애인 아버지의 육아 권리를 포함한 장애부모 종합 육아정책을 수립하라는 요구도 있었다.
장애여성자립생활센터 '파란' 활동가와 회원이 11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 홈헬퍼 사업 전면수정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박용준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