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그늘에 가려진 '사법부 70주년' 기념식

행사 시작 30분만에 종료…양승태 전 대법원장·박병대 전 대법관 불참

입력 : 2018-09-13 오후 5:23:48
[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사법부 탄생 7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농단 관련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하기 바빴다. 행사 역시 30여분만에 조촐하게 마무리됐다.
 
법원의 날을 맞은 13일 대법원에서는 오전 10시께부터 대한민국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을 찾는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최재형 감사원장, 박상기 법무부장관, 여상규 국회 법사위원장,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정성진 양형위원장, 윤관·최종영·이용훈 전 대법원장을 포함한 각계 주요 인사들과 법원 가족 등 240여명이 참석해 자리를 빼곡히 채웠다. 다만 사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 등은 끝내 기념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 대법원장의 기념사 대부분도 사법농단에 대한 통감과 사법개혁에 대한 의지로 채워졌다. 그는 “헌법이 사법부에 부여한 사명과 사법의 권위를 스스로 훼손했다는 점에서 매우 참담한 사건”이라며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드린 것에 대해 사법부 대표로서 통렬히 반성한다”고 밝혔다. 또 “수사 또는 재판을 담당하는 분들이 독립적으로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고 공정하게 진실을 규명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과 같이 기념식에 입장해 나란히 착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한승헌 변호사와 고 이영구 전 판사, 김엘림 방송통신대학교 교수 등에 훈장을 수여했다. 한 변호사는 인권변호사로서 민주화운동에 헌신하고 사법개혁에 공헌한 공로로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이 전 판사는 지난 1976년 긴급조치 위반사건에 대해 분명한 논리로 무죄판결을 선고함으로써 법관의 양심과 용기를 보여줬다는 평가로 같은 무궁화장이 수여됐고 부인이 대신 받았다. 별도의 수상 소감을 발표하는 시간 없이 문 대통령과의악수와 사진촬영으로 마무리됐다.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우리 국민들은 일선 법관들의 진정성 있는 개혁 노력에서 사법부의 희망을 볼 것”이라며 “공정한 재판을 위해 쏟는 정성과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야만 한다는 절박함이 법원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수 대법원이 1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한민국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여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최영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