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정부가 희귀질환 범위를 대폭 확대하며 지원을 늘리고 있다. 이에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 전망과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치료제 현황도 새삼 주목받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3일 기존 827개였던 국가 인정 희귀질환을 927개로 확대하고 내년 1월부터 건강보험 본인부담금 산정특례를 적용하기로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희귀질환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추가된 100개 질환은 지난해 8월부터 환자 및 환자 가족, 전문가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선정됐다.
희귀질환은 유병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정확한 유병인구를 파악할 수 없는 질환을 일컫는다. 국가가 인정한 희귀질환에 포함되면 환자의 본인 부담이 진료비의 10% 수준으로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희귀질환들이 많아 적용에 한계가 따랐다.
최근 희귀질환 치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의약품 허가초과 사용 사후 승인제(희귀질환 치료제와 치료방법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사전 승인 없이 사용하고 사후 승인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도입에 이어 이번 희귀질환 인정 확대를 통해 환자 혜택을 넓힐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치료제를 개발하는 제약사 입장에서 희귀질환 치료제는 상업성을 보장하는 품목이 아니다. 극소수에 불과한 환자수와 연구사례 부족으로 신약 개발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개발에 성공해도 매출액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신속하고 간소한 허가 제도, 세제 혜택, 독점 지위 부여 등 각 국가별 희귀질환 치료제 지원책이 적극적으로 펼쳐지면서 최근 전 세계 희귀의약품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오는 2022년 글로벌 희귀의약품 시장 규모는 2090억달러(약 233조8000억원) 수준으로 연 평균 11.1%의 성장률을 이어갈 전망이다. 희귀의약품이 아닌 의약품 시장의 성장률이 5.3%로 전망되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수치다. 전체 의약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지난 2014년 14.2%에서 오는 2023년 21.4%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산 희귀질환 치료제도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현재까지 최대 의약품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과 유럽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인정받은 국산 의약품은 약 25종(미국 20종, 유럽 5종)이다. 현재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인 국산 대표 희귀질환 치료제로는 한미약품 '오락솔(혈관육종)', GC녹십자 '헌터라제(헌터증후군)', 종근당 'CKD-504(헌팅턴병)' 등이 꼽힌다.
최근 국산 신약 개발 기술이 일정 수준에 올라선 점도 긍정적이다.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이 글로벌 제약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은 국내사의 시장 진입을 부채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방증하듯 복지부의 희귀질환 확대 발표가 있던 1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18 서울 바이오 이코노미 포럼'에 참석한 주요 제약·바이오기업 수장들도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행사에 참석한 권세창 한미약품 대표이사는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는 규모가 크진 않지만, 빠른 시간내 글로벌 수준으로 올라 설수 있는 시장"이라며 "특히 R&D 규모가 적은 국내 제약산업에 적합한 영역인 만큼 최근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 후보물질들의 개발을 빠르게 다음 단계로 올릴 계획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 바이오시밀러 개발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고한승 대표 역시 "일본 다케다사와 공동 개발 중인 신약 물질 'SB26'을 시작으로 꾸준히 신약 개발에 무게를 실어 환자들의 '언맷니즈(Unmet needs: 치료제가 없어 충족되지 않은 욕구)'를 충족시켜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가 국가 인정 희귀질환을 기존 827개에서 927개로 확대하기로 하면서 국산 치료제와 치료제 시장 규모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은 오는 2022년까지 연 평균 11.1%의 성장이 전망된다. 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