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폐렴으로 인한 국내 사망자가 지난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백신 시장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장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종백신 역시 분주히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 절대강자 화이자의 특허에 막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폐렴으로 사망한 환자는 전년 동기 대비 17.3% 증가한 1만9378명으로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았다. 국내 사망 원일 질환 중 4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증가폭은 더욱 두드러졌다. 지난 2007년 대비 300% 이상 증가하며 한국인 10대 사망원인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폐렴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에 의한 감염으로 발생하는 폐의 염증을 일컫는다. 염증으로 인한 호흡기 장애에 따라 호흡곤란, 두통, 근육·관절통, 구토, 설사 등 신체 전반에 걸친 증상이 동반된다. 원인균에 따라 주로 항생제가 치료제로 사용되지만 초기 증상이 두드러지지 않아 조기 진단이 어려운 질환으로 꼽힌다. 중증 환자의 경우 치료제를 사용해도 병의 진행을 멈추는 것이 쉽지 않아 치료보다는 주 감염 원인인 폐렴구균을 예방하는 백신이 치료 및 예방 옵션의 주를 이룬다.
국내 폐렴구균 백신 시장은 연간 약 1000억원 규모로 추산되지만, 국산 기술로 개발된 토종백신은 전무한 상태다.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의 폐렴구균백신 '프리베나13'이 시장의 약 80%를 장악 중이고, 나머지 점유율 역시 또 다른 글로벌사 GSK가 '신플로릭스'로 차지하고 있다.
이에 국내 기업인 LG화학과 SK바이오언스 등이 백신을 개발하며 추격에 나서고 있지만 상황이 쉽지만은 않다. LG화학은 지난 4월 개발 중인 폐렴구균백신 후보물질(LBVE)의 해외 임상 2상을 시작했다. 이제 막 시작 단계에 접어든 2상과 3상 완료 시점 등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 시장 진입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지난 2016년 7월 자체 개발한 '스카이뉴모'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획득했지만, 출시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화이자 프리베나13이 보유한 조성물 특허에 가로막힌 탓이다. 스카이뉴모는 프레베나13과 같은 13개 폐렴구균 혈청형에 의한 침습성 질환을 적응증으로 한다.
제품 허가 전부터 공 들여온 특허권 무효소송에서 1·2심 모두 패소한 만큼 최악의 경우 프리베나13 특허권 만료(2026년 3월)시까지 출시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해당 소송이 현재 3심 판결 대기 중에 있고, 1·2심 판결까지 5년 이상이 소요된 점을 감안하면 스카이뉴모 역시 당장의 시장 진입은 어려운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백신 시장 토종화를 위한 정부와 기업 노력에 자급률이 눈에 띄게 올라오고 있긴 하지만, 폐렴구균백신처럼 특허장벽에 가로막혀 있는 경우는 기술 외적인 문제"라며 "특허에서 자유로운 토종백신의 경우 개발 단계가 초기인 만큼 국산 백신의 시장 등장은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