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납토성', 주민·문화재 공존 역사문화도시로 조성

송파구, 보조금 4066억 확보 '안정적 보상'…편의시설 확충으로 주민 불편 최소화

입력 : 2018-09-2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 송파구가 백제의 유산이 가득한 풍납토성을 문화재와 주민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조성하고 있다. 문화재가 묻힌 거주자에 대해서는 주민 보상 금액을 인상하고, 유적 발굴지 내지 근방에 주민 편의시설을 만드는 등 문화재 보존으로 인한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서울 풍납동 토성 권역 현황. 사진/송파구
 
백제 고도 추정 주요 유물 발견
 
풍납토성은 국가지정문화재로, 백제 678년 역사 중 493년 동안 존속한 한성백제의 대표 유적이다. 경당지구에서는 신전으로 추정되는 유적, 초대형 건물지, 제물로 사용된 말·소 뼈 및 토기 1000여점이 폐기된 대형 구덩이 등이 발견됐다. 왕과 최고 귀족이 거주한 왕성이었다고 추정되는 이유다.
 
약 4만명의 주민과 문화재가 공존하는 풍납동은 토성의 보존·관리 정책에 따라 Ⅰ권역에서 Ⅵ권역까지 나눠져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Ⅰ권역은 국·공유지 ▲Ⅱ권역은 성벽 지역과 왕궁터로 추정하는 핵심 지역 ▲Ⅲ권역은 백제문화층이다. Ⅳ권역은 고층아파트 때문에 문화층이 이미 파괴된 것으로 추정되며, Ⅴ·Ⅵ권역은 대규모 재건축을 해야 발굴할 수 있는 곳들이다.
 
문화재청은 지난 2015년 1월 예산과 사업 기간을 감안해 Ⅱ권역만 매입·발굴하고 다른 권역은 주민과 문화재가 상생하는 마을을 조성하게끔 정책을 변경했다.
 
26일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근린공원. 사진/신태현 기자
 
유적 보존과 주민 편의시설 병행
 
송파구가 가장 신경쓰는 지역은 민간 건물이 있으면서 문화재가 비교적 온전하고 이른 시간 안에 발굴 작업이 이뤄져야 하는 Ⅱ권역 및 Ⅲ권역이다. Ⅱ권역의 경우 보상가격 현실화와 특별분양 등 이주 대책이, Ⅲ권역은 문화재청 정책이 바뀌기 이전에 철거한 공터를 정비해달라는 민원이 주를 이루고 있다.
 
송파구는 올해부터 주민 의견을 반영하는 보상가 현실화 정책을 펴, 올해 1차 감정평가를 작년 보상가보다 15.9% 인상했다. 앞으로 3년간 토성 복원사업으로 국고 및 서울시 보조금 4066억원을 확보해 토지 보상과 복원·정비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송파구는 서울시에 집단이주 부지 마련, 특별분양 등 다양한 이주대책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가 올 하반기 장기전세주택 24호를 시범 특별공급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보상완료 철거 부지는 지난 8월 현재 약 350필지다. 건물을 철거하면 지하 매장 문화재는 보존하고, 지상 부분은 인접 주민 의견을 반영해 주차장·소공원·텃밭·운동 공간으로 임시활용한다. 활용을 반대하면 펜스를 설치해 공터로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복지시설을 확충해 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여, 보상 완료 건물이 상태가 양호하면 구립어린이집과 환경미화원 휴게주택으로 임시활용하고 있다. 현재는 2개동을 더 확보해 내년 3월 개관을 목표로 한성백제 홍보영상관·보상상담실·공부방 등을 갖춘 활용관을 조성하고 있다. 서울시에서 임시활용 중인 서울창의마을에는 내년 말까지 주민편의시설인 복지관·도서관 등을 짓는다.
 
26일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 발굴 현장. 사진/신태현 기자
 
서성벽·동성벽, 조속한 발굴 과제
 
풍납동 토성 전체 둘레는 3.5㎞로 현재 2㎞가 복원된 상태다.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 등 서성벽과 풍납종합사회복지관부터 동성벽 유실구간(풍성어린이집~풍납근린공원 전) 등 동성벽이 향후 복원 대상이다. 삼표레미콘 공장부지는 전체 면적의 64%가 협의보상이 완료됐지만 지난 2014년부터 연차 보상에 불응해 관련 소송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서성벽 구간은 내년 6월까지 토성의 규모·형태 등을 확인하기 위해 발굴을 진행할 계획이다. 발굴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발굴 현장을 그대로 볼 수 있는 보호각을 설치해 탐방객·주민에게 역사교육장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동성벽에 위치한 구 태양열주택 부지(풍납동 240 일대)에서는 깊이 4m, 폭 22m 규모의 해자가 발견됐다. 현재 흙을 덮어 관리 중으로, 내년에는 해자를 재현하고 탐방로·관목 등 주민이 쉴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구 태양열주택 부지와 인접한 풍납종합사회복지관은 서울창의마을로 이전하고 발굴조사 결과에 따라 전문가 의견을 들어 보존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30년 지속되는 종합정비계획 수립
 
이외에도 한성백제 역사문화 콘텐츠를 개발해 ‘풍납백제 탐방로(가칭)’를 조성할 계획이다. 천호역부근 토성입구에서부터 북성벽, 동성벽, 해모로 아파트 우물터, 구 태양열부지, 남성벽 전망데크, 풍납백제문화공원, 경당역사공원, 풍납시장으로 이어지는 약 3.5㎞의 탐방로다. 보도블럭, 가로등, 분전함, 펜스, 버스·택시정류장 등 공공시설에 한성백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을 개발·적용할 계획이다.
 
주민·문화재가 공존하는 역사문화도시를 조성하기 위해 향후 30년을 내다보고 ‘서울 풍납동 토성 종합정비계획’을 마련 중이다. 현재 전문가·서울시 의견을 들어 보완하고 있으며 앞으로 주민설명회를 열고 문화재청 승인을 거쳐 이번 하반기 마무리할 예정이다.
 
주민들은 대체로 문화재 보전 방향에 만족하면서도 좀 더 주민 편의적인 정책을 더하길 원하고 있었다. 풍납동에서 45년 거주했다는 이모(75)씨는 "철거 대상 주민이 갈 곳 없는 게 현실"이라며 "서울시가 임대주택 공급 약속을 꼭 지키고, 앞으로 물량도 늘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평소 풍납 주민들이 문화재로 인해 겪는 불편을 잘 알고 있다"며 "20여년 동안 재산권 등 얽히고 설킨 문제를 단기간 해결하기는 쉽지 않겠으나 주민·문화재가 상생하는 역사문화도시 건설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21일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 전경.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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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