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26일 심재철 의원실의 압수수색 등과 관련해 “야당 탄압”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은 기재위 소집을 통해 압수수색이 신속히 진행된 배경을 규명하고, 향후 국정감사를 통해 문제가 된 정부 기관장들의 업무추진비 내역의 공개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 의원을 비롯한 한국당 소속 기재위원들과 김용태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 탄압과 국정감사 무력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를 향해 “의원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도를 넘어선 것”이라며 “책임 있는 조치 및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약속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한국당 의원실 보좌진 고발과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은 야당 탄압일 뿐만 아니라 입법부의 대정부 견제활동을 무력화하고 정부의 잘못을 덮으려는 폭거”라며 “이러한 정부의 입법부 무시 행태에 대해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이번 사태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기재위 전체회의의 즉각적인 소집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문재인정부는 이번 고발 결정이 기재부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기재부 뒤에 숨어 있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것인지를 빠른 시일 내에 소상히 밝힐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어 “이번 국감 기간 동안 정부 각 기관장들의 업무추진비 예산집행 실태를 철저히 점검하고 따져 국민들에게 알릴 것이며, 문제가 발견될 경우에는 감사원 감사 요청, 국고 손실이 확인될 경우에는 환수조치를 포함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심 의원 측은 한국재정정보원이 관리하는 디브레인(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 내 재정분석시스템(OLAP)에 접속해 비인가 행정정보를 다운로드 받았다. 이를 토대로 청와대 관계자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해외순방 기간 동안 호텔에서 사용한 비용 중 호텔에서 사용한 금액이 ‘한방병원’으로 표기돼 있는데, 해당 호텔에 그 같은 시설이 없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청와대는 적법한 사용이었음을 강조하면서 ‘한방병원 사용’ 대목은 ‘신용카드사의 코드 입력 오류’라고 반박했다.
심 의원은 이날 청와대의 반박에 대해 “입력 오류라면 잘못 아닌가, 잘못은 왜 바로잡지 않느냐”고 재반박했다. 그는 ‘기재위원으로서 잘못된 사용 내역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한 것 아니냐”며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다른 업무추진비 내역 추가 공개 시점에 대해선 “차차 공개하겠다”고 했다. 한국당은 오는 27일 비상대책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합동으로 열고 추후 대응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한편 민주당은 심 의원에게 “위법하게 취득한 자료 일체를 반환하라”고 거듭 요구했다. 이재정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심 의원은 위법하게 취득한 자료 일체를 반환하고 피의자로서 성실히 수사절차에 협조하라”며 “국민들이 눈살 찌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재철 의원(가운데)을 비롯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6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