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하고 있다. 개인의 자아 정체성이 뚜렷해지면서 미혼보다 주체적인 의미를 갖는 비혼이 흔해졌다. 젊은 세대가 “결혼은 인생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적 단계가 아닌 개인 선택에 달린 것”으로 이해하는 맥락이다.
이 같은 현상이 출산율 저하로 이어지면서 획기적인 정책 패러다임 전환과 이를 뒷받침할 다양한 노력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고민한 흔적은 여전히 부족하다. 결혼연령이 늦어지고 비혼 인구가 늘어나는 상황 속에서 정부 역시 “출산율을 높여야한다”고 강조하지만, 뾰족한 해법은 나오지 않는다.
기혼가구에서도 변화가 보인다. 1인 가구와 비교해 좀 더 확장된 개념인 이 그룹만 보더라도 “둘째 아이 낳기를 꺼린다”는 고민이 확인된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8월말 내놓은 산업동향&이슈 속 ‘보육시설과 추가임신의사의 관계’는 저출산 원인 중 하나인 ‘둘째아 출산 단념 현상’에 대해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이 어려운 지자체에 대해 재정여건에 따른 국고보조율 조정 등이 검토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제안은 완전한 해법이 아니다.
이제는 정부 차원의 거시적 정책보다 각 지자체가 내놓는 미시적 방향에 주목할 때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출산장려금이나 출산용품 지원 등과 같은 일반적인 정책에서 확장하는 개념이 필요하다. 경기도의 경우 지역화폐를 통한 산후조리비 지원이나 여성경력단절 보완책 등이 나왔다. 인천지역 기초자치단체에서는 남성 육아휴직 장려금 지원 관련 조례 도입 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마을 전체가 생활이 어려운 출산 가정을 돕는 미담사례 등도 이어진다.
정부의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 출산율 정책 등을 구성하거나 발표하기에 앞서 각 지자체가 내놓는 현장의 목소리를 좀 더 귀 기울여 들어야 할 때다. 1인 가구라는 용어가 단숨에 생긴 것이 아니라, 대가족 시대를 넘어 핵가족이라는 나름의 완충지대를 경험한 이들임을 이해해야 한다. 정책 추진에 앞서 개인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지자체의 현상을 살피는 방향으로의 방향 전환이 선행될 때 그나마 돌파구에 접근할 수 있다.
조문식 사회부 기자 (journalma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