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옛 성동구치소 부지에 분양주택 200호 공급"

정부·지역주민 사이 고육지책…사회주택 목표 달성 어려울 듯

입력 : 2018-10-0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시가 옛 성동구치소 부지를 대상으로 구상한 사회주택 공급 정책을 백지화 하고 해당부지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200호의 사회주택을 분양중심의 공동주택으로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3일 "최근 주민 반대가 거세고, 서울시의회에서 우려를 표하는 등 임대주택이 민감한 사항이 되면서 사회주택도 결국 짓지 못하게 됐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9월21일 국토교통부가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하자 "국토교통부 및 SH공사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분양 중심의 양질의 공동주택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 규모를 확정해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의 올해 사회주택 공급 목표치는 총 704호로, 이 중 200호가 옛 성동구치소 부지에 들어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가 지난 9월21일 성동구치소 부지를 신규택지로 지정하고, 이에 대해 지역 주민들이 “신규택지로 개발하는 것은 복합문화시설, 공공도서관, 청년스타트업 공간을 짓겠다는 박원순 시장과 박성수 송파구청장 공약에 반하는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면서 진통이 계속됐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고육지책을 꺼낸 셈이지만 공공임대주택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새로운 사회경제적 약자를 위한 정책을 너무 쉽게 포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경호 한국사회주택협회 정책위원장은 "개별 프로젝트에서 서울시가 매번 다 양보하면 주거약자는 갈 데가 없다"며 "성동구치소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의 공공자산인데, 분양받는 사람만 시세 차익을 누리게 되면 공공자산 소임인 주거 공공성을 달성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민간 토지 매입으로 ‘사회주택 200호’를 메우겠다는 목표를 다시 세웠지만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토지를 매입하려면 시세보다 낮은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토지주와의 계약이 성사되기도 어렵고, 성사된다고 해도 공공택지에 비해서 높은 임대료가 세입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생긴다. 
 
게다가 사업자로 활동하는 사회적경제 주체에게도 더 불리하다. 민간 토지는 원래 사회주택을 위해 준비된 땅이 아닌 관계로 부대비용, 등기비, 건물 매몰비용을 민간사업자가 지불해야 하는 구조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현재 서울시의 올해 목표치인 704호는 이미 지난 2월 세웠던 목표 1000호에 비해 후퇴했다는 점에서, 두 번째 목표치도 달성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이다. 300호 넘게 물량이 감소한 이유는 서울사회주택리츠가 확보하려던 부지가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주택도시기금을 리츠 출자자로 끌어들이려고 하지만 규정 문제로 협의를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사회주택 정책이 아직 초기라 토대가 미처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을 너무 과도하게 잡았다고 지적한다. 너무 양적으로 접근하면 재정 문제로 사업 모델이 뒤틀린다는 설명이다. 서울시는 재정 투입 부담에서 벗어나고자 작년 12월에는 서울사회주택리츠, 이번달에는 토지지원리츠를 잇달아 출범시키지만 리츠 역시 수익률, 자금 조달 등에 있어서 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가 새롭게 생긴다.
 
결국 공급 양에 초점을 맞추다가 양과 사회주택 본연의 강점을 다 잃느니, 질 향상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진남영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은 "양적으로만 접근하면 공공임대주택이 아닌 사회주택을 지어야 하는 이유가 약해진다"며 "사회주택의 강점인 소규모 공급, 대민접촉, 주민주도성, 관리, 지역 기반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민간 비영리 주체의 역량의 성장을 추진하는 모델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주택은 공공임대주택과 민간임대주택의 중간영역으로, 서울시가 토지를 사서 사회적경제 주체들에게 30년 이상 저렴하게 빌려주거나 리모델링비를 보조해 시세 80% 이하의 임대료와 최장 10년 거주 보장 등 공공성을 담보한다.
 
지난 9월21일 서울 송파구 구 성동구치소 모습.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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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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