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오는 10일로 예정된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다뤄질 '사법농단' 이슈가 올해 국감 최대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벌써부터 파행 가능성이 예상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증인 소환이 불발로 끝난 데다가 사법농단 수사에 관한 여·야 입장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감 일정에 따르면, 이번달 29일까지 진행되는 법사위 국감에서는 73개 피감기관 가운데 대법원과 사법연수원 등이 가장 먼저 감사를 받는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2017년 10월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법관 블랙리스트 외에 재판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정황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국감대상이 대폭 늘어났음에도 파행이 우려되고 있다. 법사위 내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측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 등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자뿐만 아니라 국정농단 관련자들을 불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여·야 입장 차이로 결국 일반증인을 아무도 부르지 못하게 됐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김명수 대법원장과 '드루킹 댓글' 연루 의혹을 받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법농단 등을 제대로 감사할 수 있는 기회인 증인 채택에서부터 여야간 입장이 좁혀지지 못해 향후 실효성 있는 국감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법사위 관계자는 “여·야 간 대립이 첨예하다. 여당은 사법농단에 중점을 둬 사법농단 특별조사단에 대한 질의에 중점을 뒀지만 야당의 경우 수사 중인 사안인데 사법농단이라는 단어에조차 거부감이 있다”며 “그래도 잘 준비해 국감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사위는 일반증인 없이 박상기 법무부장관, 최재형 감사원장, 문무일 검찰총장이 포함된 기관장 116명 및 부서장 214명 등 총 330명을 기관증인으로 채택했다. 대법원 국감에 나오는 증인으로는 안철상 법원행정처장, 김창보 법원행정처 차장과 이승련 기조실장 등이 있다.
대법원 입장에서는 이번 국감이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극복하기 힘든 산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비록 관련자들의 증인 출석은 모면했으나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한 질타는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로 사법농단 정황이 속속들이 드러남에도 영장발부가 미진해 법원의 ‘제식구 감싸기’ 논란은 계속되고 있고, 김명수 대법원장의 미진한 수사협조 역시 국감에서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법원장은 1년 전 “사법부가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의 사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는데 저와 사법부 구성원들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사법부와 국회가 서로 원활히 소통하고 협력해 사법부의 낡고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고 보완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법관 블랙리스트 진상 규명 등 사법개혁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나도 사법개혁은커녕 사법 비리가 낱낱이 파헤쳐지는 상황이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