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남북 지재권 교류, 더 시간 끌다간 늦는다"

통일 대비 등록권리 상호 확장 필수…국가·민간 차원 정책 논의 시급
"'옥류관' 상표권 제3자가 이미 보유…경기도, 유치 전 법적 검토 필요"

입력 : 2018-10-1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조문식 기자]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등 연이은 낭보가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남북이 완전히 새로운 미래를 그려나가기 위해서는 경제협력 사업에도 패러다임 전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지식재산권 제도’는 남북 간 경제협력에 있어 중요하고, 또 선결돼야 할 문제로 부각된다. 오세중 대한변리사회 회장은 남북 간 지식재산권 제도 교류의 장을 마련하는 선봉에서 활동하고 있다. 오 회장은 ▲북한 지식재산권 제도 운용현황 파악 및 용어 통일을 위한 교류 ▲남북 지식재산권 제도 조화 등을 위한 공동연구회 설치 ▲우리나라 기업의 북한 내 지식재산권 출원·등록 허용 방안에 대한 검토와 가능성 확인 등 통일을 대비한 실질적 후속 조치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편집자주).
 
오세중 대한변리사회 회장은 지난 8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통일에 대비한 지식재산권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조문식 기자
 
남북 간 지식재산권 교류는 그동안 어떻게 진행됐나.
 
국내 기업들이 국제조약 루트나 중국 대리인을 통해서 또는 중국에 설립된 법인 명의로 (간접적으로) 북한에 출원을 시도한 경우들이 있다. 그러나 규모가 크지 않고, 국내 기업 명의로 실제로 특허, 디자인, 상표를 등록받은 사례는 없다. 그리고 서로 정보가 없다. 북한 쪽과 지식재산권 교류가 굉장히 없었던 상태다.
 
정부가 남북 간 지식재산권 교류를 진행하는 방향에 대한 생각은.
 
현재 정부에서는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한 적이 없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아직은 대북 경제제재가 해제되지 않고 경제교류가 전면화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지식재산권까지는 의제로 가지 못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남북 교류 협력을 확대하려면 남북 간 지식재산권 교류 상호인정의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남쪽도 마찬가지고 북쪽도 정부 당국 차원에서 구체적인 청사진이 마련돼야 한다.
 
지식재산권 교류를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남과 북이 서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공개된 법률정보 외에 구체적인 특허 등 지식재산권에 대한 심사와 보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아니 전무한 편이다. 우선은 그런 청사진을 그리기 위해 남북 사이에 지적재산권에 관한 정보, 제도에 관한 상호 교류가 필요하다. 각각의 담당기관과 민간 차원에서의 접촉 및 교류, 성과를 토대로 한 남북 쌍방 간 지식재산권 상호 인정 선언 내지는 교류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 법률적 조치나 협정 등을 검토해 실행해 나가야 한다.
 
남북 간 지식재산권 분야에 대한 갭이 상당하다.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복안이 있나.
 
현재는 초점이 남북 간 비핵화나 평화체제 문제로 가 있다. 사회간접자본 시설 확충과 연결(도로 등)과 같은 부분에 멈춰있다. 나아가서 경제교류를 확대하고 실현해나가기 위해서는 지식재산권의 교류, 협력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우선은 현재 상호 간 정보 교환, 인적 교류, 민간과 당국 간 차원에서의 구체적인 지식재산권 정책의 논의와 결정, 집행이 필요하다. 이런 부분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려면 시간이 걸린다. 이 부분도 담당 기관들은 구체적인 결정 권한이 없는 경우가 있어서 당국 최고 결정권자 선에서 정책적 결정, 판단이 있어야 한다. 현재 지식재산권을 담당하고 있는 기관이 남쪽은 특허청이고 북한은 발명총국과 상표공업도안처 등이다. 대부분은 전문적인 부서이고, 행정부에서 핵심 기관은 아니기 때문에 남북 사이 교류와 관련해서는 운신의 폭이 제한적이다. 그런 부분에서는 대한변리사회가 나서서 민간 차원 교류 토대를 마련하려고 한다.
 
남북 간 본격적인 교류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북미 관계, 남북 관계가 진전이 되면 경제제재 완화와 함께 지적재산권 문제가 이슈로 등장하게 된다. 이 문제는 그때 가서 논의하면 늦다. 지식재산권과 관련한 국제조약에는 쌍방이 대부분 가입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상당히 다른 부분들이 있다. 용어부터 해서 제도에 차이가 있는 부분들이 있다. 내용적 차이도 있기 때문에 쌍방이 논의를 거쳐서 해나갈 필요가 있다. 이 부분에서 조속한 교류와 논의들이 진행될 필요가 있다.
 
현재 북한의 지재권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
 
북한에도 발명법이나 공업도안법, 상표법 등이 있다. 예컨대, 특허의 경우 등록을 하면 보호가 어떤 식으로 되는가 하는 것이 우리와 체계가 다르다. 북한에서는 행정 구제가 우선시되고,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처럼 손해배상이 실질적으로 되느냐 등의 문제가 있다. 상표의 등록요건에도 차이가 있고, 등록 후에도 북한은 5년간 사용을 안 하면 효력이 없는 것으로 하고 있다. 남한은 다수의 지식재산권 관련 국제조약에 가입하면서 등록요건이나 보호 방법 등에서 국제적인 기준이나 조약의 규정들을 상당 부분 수용하고 구체화하는 입법들을 해왔다. 북한도 여러 지식재산권 관련 국제조약에 가입한지 오래됐지만, 대외적인 부분에서 개방의 폭은 제한적이고, 미비한 규정들도 다수 있다.
 
오세중 대한변리사회 회장이 지난달 3일 국회에서 열린 ‘남북한 지식재산권제도 교류 협력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한변리사회
 
통일시대에 맞춘 특허정책에서 필요한 것은.
 
현재는 통일을 준비하는 시대다. 그전 단계에서 쌍방이 교류와 왕래, 협력하는 단계다. 그 단계에서는 특허출원의 상호인정, 조약에 따른 보호 선언이 필요하다. 그런 교류 협력이 활성화돼서 남북 사이 등록 권리의 상호 확장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그 부분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게 안 된다고 하면 남북 사이에 통일이 되기 전까지는 ‘한반도 특허법’, ‘한반도 상표법’ 같은 것을 합의해 남과 북에서 같이 보호되는 모델로 나갈 수 있다. 그런 로드맵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한반도 상표법이란 것은 유럽연합을 모델로 한 것이다. 유럽은 각국이 독립된 국가지만, 현재 심사단계에서의 유럽특허를 단일 특허로 발전시키는 조약이 비준에 들어간 상태다. 유럽공동체 상표로 등록하면 모든 국가에서 보호받을 수 있다. 그런 로드맵 마련이 필요하다. 상호 인정 부분이 시급하다.
 
변리사회 회장으로서 바라보는 통일한국 속 지식재산권은.
 
현재 지식재산권은 기술적 아이디어나 브랜드, 디자인 등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 가치라는 것은 시장에서 발휘된다. 우리나라 지식재산권의 가치는 글로벌 시장에서 낮게 평가받고 있다. 중국이라는 시장이 크게 부상하면서 한국시장의 중요성이 예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낮아진 상태다. 통일이 된다면 시장규모가 확대되고 경제적 시너지가 많이 발생할 수 있다. 북쪽 시장이 형성될 수 있고,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외국인 입장에서 매력적인 곳으로 부상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세계 4위의 특허 강국이다. 남북이 통일이 된다면 지식재산권에서도 좀 더 강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경기도가 평양 옥류관 도내 유치를 추진 중이다.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10·4선언 11주년 기념행사에 다녀와서 ‘옥류관 유치’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현재 “옥류관” 상표는 제3자가 국내에 상표등록을 해서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북한에서) 그냥 들어올 경우 상표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남북 상호 간 (상표권) 보호를 안 하다 보니까 법률적으로 상당히 미묘한, 복잡한 부분이 발생한 것이다. 상표권을 인수하거나 법률적으로 해결하는 등으로 문제를 정리해야 들어올 수 있다. 권리 자체를 다투는 부분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법적인 검토와 협의를 통한 해결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평양냉면 등 음식 조리법에 대한 권리 보호 수단도 있나.
 
레시피는 특허로 보호받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음식물 조리 방법 등을 특허로 보호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미 공개된 조리방법이나 레시피는 특허요건인 신규성이나 진보성이 없다는 이유로 특허로 보호받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조리법 같은 경우 공개되지 않은 별도의 비법이 있으면 영업 비밀로 보호할 수 있다. 공개된 내용이 아닌 본인들만의 요리기법은 영업 비밀로 보호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북한에서 저명한 명칭인 '백두산' 등에 대한 권리를 한국에서 등록할 수 있나.
 
특허는 기술적 사상, 즉 기술적 아이디어를 보호 대상으로 하므로 ‘백두산’과 같은 명칭 등은 특허의 보호 대상은 아니다. 상표에 관한 정의 규정을 봐야 하는데, 백두산이나 금강산과 같은 명칭은 현저한 지리적 명칭에 해당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상표법에서 보호가 안 된다. 그것을 사용하는 상품의 품질이나 특성이 연관성이 있을 경우 ‘지리적표시 단체표장’으로 상표법에서 등록할 수 있다. 북한의 들쭉술, 대동강맥주 등은 우리나라에서는 등록이 까다롭거나 어려울 수 있다. 다만,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했음을 입증하면 등록이 가능할 수 있으나, 북한 영토 내에서 사용실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가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새우깡도 어렵게 등록된 것인데, 원래 ‘새우’는 식별력이 없고 ‘깡’도 과자의 관용명칭으로써 식별력이 없거나 약하다. 이것(새우깡)이 북한에 들어갔을 때 등록될 수 있는가와 비슷한 문제다.
 
우리나라 변리사업계 발전을 위한 생각은.
 
지금 지식재산권 제도와 관련해서 해결해야 될 이슈들이 많이 있다. 핵심적인 것은 특허품질이다. 좋은 특허를 많이 확보하고, 확실한 보상이 이뤄진다는 사회적 각인이 이뤄질 때 기술 발전이나 혁신의 움직임은 더 큰 동력을 갖고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특허가) 양적으로는 세계 4위지만, 질적인 부분에서는 그에 걸맞은 품질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투자와 시간, 노력이 들어갈 때 품질 좋은 특허가 나온다는 것을 정책에 반영해 나갈 필요가 있다. 특허심사행정에서 특허품질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발명가나 기업을 대리하는 변리사들의 전문성 강화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필요하다. 현재 제도상으로 보면 특허청의 심사외주문제(심사관이 심사하지 않고 외부기관에 맡기는 문제) 등이 특허품질 강화 정책에 역행하는 측면들이 있다. 또 변리사 자동자격제도는 일제의 잔재다. 변호사가 (변리사 자격을) 시험 없이 받는 것 등을 토대로 변리사 제도 자체를 무력화시키려는 움직임들이 있다. 구시대적 특권들이 폐지될 필요가 있다. 변리사 시험도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조문식 기자 journalmal@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조문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