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검찰이 조용병
신한지주(055550) 회장까지 채용비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금융권에 냉랭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국내 경제활성화와 남북경협 등에 금융권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금융시장이 활력을 찾는 듯 보였지만 대형 금융지주 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로 검찰이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채용비리 수사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검찰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칼끝을 신한지주 수뇌부로 겨누면서 채용비리 문제를 다시 확산시키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금융권 경영 위축 등 업무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굳은 표정을 한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사진 가운데)이 10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동부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백아란기자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지주(055550)를 비롯한 시중은행은 서울 동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으로 뒤숭숭한 분위기에 빠졌다. 잇단 검찰의 수사로 채용비리 문제가 재점화된 데다 구속을 면하더라도 경영위축이 일어날 소지가 커서다.
이날 오전 10시15분경 법원 앞에 모습을 드러낸 조 회장은 ‘혐의를 인정하느냐’, ‘은행장 재직 당시 특혜채용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고 곧바로 법정으로 들어갔다. 조 회장은 2시간 동안의 소명 이후 12시30분 경 점심식사를 위해 나왔지만 여전히 굳은 표정을 한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현재 조 회장은 지난 2015년부터 작년 3월까지 신한은행장을 역임하는 동안 임원 자녀 등을 특혜채용 한 의혹을 받고 있다.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저녁, 늦어도 내일 중 나올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다소 충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채용비리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던 윤종규
KB금융(105560)그룹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의 경우 불기소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조 회장 또한 검찰의 이 같은 움직임을 파악하지 못하고 이날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할 예정이었다.
이름을 밝히기 거부한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그동안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기 때문에 영장 청구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만약 구속이 결정된다면 금융권에 미치는 파장은 상당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실상 첫 현직 금융지주 회장의 구속이라는 점에서 경영 공백을 물론이거니와 그룹 내 계열사 등 금융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신한지주의 경우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인수를 위해 금융당국 승인 신청을 앞두고 있는 데다, 내년 초 위성호 신한은행장 등 주요 계열사 수장들의 임기가 만료된다는 점에서 경영 차질이 불가피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철환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조용병 회장의 구속이 확정되면 은행 등 금융권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이라며 “현재 신한은행 뿐만 아니라 여타 은행들의 채용비리 문제 또한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금융권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당초 금융권에서는 조 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을 낮게 봤다”며 “만약 구속이 된다면 신한금융과 계열사 뿐만 아니라 은행권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무리한 수사로 금융권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영장 청구 남발 등으로 경영 위축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000030)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역시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법원에서 기각 결정을 받은 바 있다. 금융감독원의 경우 지난달 채용비리 문제가 불거진 은행에 중징계가 아닌 경영유의와 개선조치로 마무리했다.
유승창 KB증권 연구원은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로 경영 불확실성이 발생했다”면서도 “은행권의 채용비리 관련해 그동안 국내 여러 은행의 조사가 있었지만 대부분 최고경영자의 협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진 점을 감안할 때 신한지주 회장에 대한 구속이 결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원에서 구속 여부를 결정할 때는 사안의 경중이나 증거인멸, 도주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며 “검찰과 법원의 시각이 다를 수 있어서 누가 맞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다만 “금전적인 부분이 오간 것 이외에도 정상적인 (채용절차)업무를 방해했다면 업무방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지금으로선 (구속 여부에 대해) 섣불리 예측하기보다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신한지주에서는 회장 유고에 따른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법원의 움직임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조용병 회장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 이사회까지 계획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내부 회의를 통해 대응방안을 모색하면서 (법원 판결 등)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