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국회 국정감사 첫 날인 10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재계 총수와 주요 기업 사장단이 모두 불출석했다. 화려하게 준비했던 국감이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당초 농해수위는 남북 경협 관련 질의를 한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까지 증인으로 신청하며 관심을 끌었지만 이들은 모두 일정 등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정도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 장동현 SK 대표이사 사장도 모두 빠져나갔다. 총수와 CEO를 대신해 출석한 기업인들에게 ‘농어촌상생협력기금 관련 민간기업의 기부실적 저조’를 질책했지만 이미 김빠진 모양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역시 단말기·통신·포털 업계 대표 10인을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LG유플러스, 네이버 대표들은 모두 ‘해외출장’을 이유로 불출석을 통보했다. 과방위는 이날 대리 출석한 정도현 LG전자 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4개 기업 대표에 대해 26일 과기정통부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재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과방위 소속 민주평화당 김경진 의원이 국회사무처와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아 10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국회 국정감사 및 국정조사에 불출석해 고발된 증인은 74명에 이른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에서 국회 국정조사 및 국정감사에 불출석한 증인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지만, 실제 이뤄지는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친다.
김 의원은 “해마다 국정감사 때면 주요 증인들의 의도적 불출석으로 국정감사 무용론이 불거지고 있다”며 “지난 국감 때 기업 총수 대신 나온 한 실무자가 국감장에 나와 자기는 책임자가 아니라 잘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하다 갔다”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기업총수를 부르는 이유는 국민의 목소리를 전하고 실질적인 해법을 찾기 위함”이라며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국민의 눈높이에서 그 기능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국회의 출석 요구에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한 증인에 대해서 엄정한 처벌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