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택시업계가 카풀 앱에 반발해 18일 파업을 예고했지만 서울 출근길 교통대란은 없었다.
18일 출근시간대인 아침 7시 서울역 앞 택시승강장 승차장에는 택시 10대가 줄지어 서있었다. 택시가 손님을 태우고 나가는 간격은 3분 내외였다. 15분쯤 지나자 차량이 계속 꼬리를 물면서 줄은 15대 정도로 불어났다.
바로 옆 하차장에서는 출근을 서두르는 직장인들이 택시에서 내리고 있었다. 파업이 무색할 정도로 손님들은 평소처럼 택시를 잘 잡았다.
서초구에서 출발한 A씨(50대)는 "파업 소식을 알았기 때문에 원래는 택시를 안 타려고 했다"며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잡아봤는데 잘 잡히더라"고 말했다.
고속터미널역 부근에서 출근한 김모씨(36) 역시 "파업이 있을 것을 알았지만 택시를 잡았는데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정은 광화문 부근도 마찬가지였다. 서울파이낸스센터 택시승강장에서 내린 B씨는 "카카오택시 앱을 이용하기 때문에 쉽게 승차했다"며 "파업하는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날 운행에 나선 택시기사들은 애가 타는 모습이었다. 평소 같으면 서울역 승차장에서 손님이 줄지어 서있어 택시가 계속 빠져야 하는데, 파업 소식을 들은 시민들이 이용을 꺼렸기 때문이다. 서울역 승차장에서 기다리던 한 차량은 7시14분쯤 줄에서 이탈해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26분 다른 기사는 운전석 문을 열고 나와 몸을 풀었다. 스트레칭은 2분 이상 이어졌다.
손님을 태우고 와 상대적으로 여유 있을법한 하차장 택시기사 역시 조바심 내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차장에서 손님을 승차시키면 벌금을 내는데도, 일부 차량은 승차를 감행했다. 감시 카메라가 있지만 걸리지 않을 확률을 믿었기 때문이다.
현장에 나온 기사들은 카풀을 못마땅하게 여기지만 파업하기에는 생계가 막막하다고 입을 모았다. 법인기사 어모씨는 "우리 회사가 파업 참여 여부를 자율에 맡겼다"며 "카풀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파업한다고 영업 안하면 손해니 어쩔 수 없이 나왔다"고 말했다.
경기 안양시에 거주하는 개인택시 기사 C씨도 "오전까지는 영업하고 오후 시위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택시를 이용한 시민들은 물리적으로 별다른 불편을 겪지 않으면서도, 파업 사실 자체가 신경쓰이는 눈치였다. 김씨는 "택시 쪽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는 하는데, 이런 일이 한두번도 아니지 않느냐"며 "지방자치단체가 여론 눈치만 보면서 우물쭈물할 게 아니라 나서서 논의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택시업계와 노동조합은 카카오가 도입한 카풀 서비스에 반발해 이날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기로 하고, 오전 4시부터 이튿날 오전 4시까지 24시간 동안 운행을 중단하기로 했다.
18일 오전 7시18분 서울역 택시승강장 승차장 앞에 택시들이 늘어서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