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달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1.50%로 동결한 건 대외금리 격차 확대로 자본 유출 가능성이 커졌음에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는 데 따른 부담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 안정보다는 경기 안정을 택했다는 의미다. 다만 연내 금리 인상 기조를 밝혀온 한은은 올해 마지막 금통위인 다음달 정례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통위는 18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10월 기준금리를 현행 1.50%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연 1.25%에서 1.50%로 인상한 이후 11개월 연속 동결 흐름이다. 금통위의 이번 결정은 투자, 고용 등 위축된 경기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성장세 약화에 따라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경기둔화 압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리를 올릴 경우 '경기부진을 인정하면서도 통화긴축에 나서는 모순된 행보'라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다만 금통위는 다음달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금통위는 내달 30일 열리는 마지막 정례회의를 앞두고 이미 수차례 통화완화 정도를 줄여나가겠다고 밝혀왔다.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2명이나 등장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소수의견이 확대된 것은 그만큼 통화정책 방향의 변화가 임박했다는 의미다.
여기에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확대되는 것 역시 지켜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미 미국의 거듭된 금리 인상으로 한미 금리 역전폭이 0.75%포인트로 확대됐고, 미 연준은 오는 12월 다시 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황이다. 대외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 외국인 자본 유출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금융 안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누적된 금융불균형으로 인해 금융 안정을 고려해야 할 때라고 수차례 언급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성장세가 잠재 수준을 유지하고 물가 상승률이 정책 목표에 가까운 정도라면 금융 안정에 더 유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에도 밝혔는데, 그럴 단계가 가까워 진 것이 사실"이라며 "통화정책 당국도 금융안정 리스크를 유념해야 할 단계"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11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신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올해 마지막 금통위인 11월에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며 "경기 인식의 후퇴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 인상 소수의견이 2명으로 늘어난 것은 금리 인상 필요성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작년부터 개시된 완화적 통화정책 정도의 축소는 저금리로 인해 누적된 금융불균형을 제어하기 위한 것"이라며 "경기 및 물가보다는 가계부채 급증에 의한 금융불안 리스크를 막기 위해 거시건전성 정책 차원에서 11월에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