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영지·김광연 기자] 서울고법 등 14개 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법무부 국감에 이어 제주 강정마을 사건이 언급되며 여야가 대립해 또다시 파행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8일 오전 국감을 시작하자마자 제주 강정마을 구상권 사건을 심리한 이상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증인출석을 두고 여야 대립이 시작됐다. 오전 내내 야당은 이 부장판사를 참고인으로 출석시켜 100억원 상당 국고손실을 결정한 경위에 대해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에 여당은 합의 없는 증인 신청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앞서 지난 10일 법무부 국감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강정마을 주민들에 대한 사면복권 발언을 두고 법무부의 입장을 들어야 한다고 갈등을 빚었다.
이후 법사위는 점심시간을 갖고 오후 2시20분께 감사를 재개했지만 결국 여당 의원들이 국감장을 모두 나가고 오후 4시까지 중단됐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부장판사에 대한 증인 출석에 대해 “국회법상 근거도 없고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위원장이 이 부장판사를 나오라는 권고를 철회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의 이춘석 의원도 “수백억 국고손실이 있었다고 확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라며 “판사를 여야 합의없이 위원장 개인자격으로 출석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에 심각한 차질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완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여당 의원에게 국감이 잘 진행되도록 해야할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며 “원활한 진행을 위해 판사에게 출석 의사 확인을 했는지 확인하고 (증인 출석)을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도 “위원장이 증인 출석 언급했다고 (여당이) 비난을 했는데 이것은 통상 상황이 아닌 비상상황”이라며 “판사가 국고손실에 대한 경위를 설명하거나 항변할 필요가 있다”고 거들었다.
오후 4시께 여당 의원들이 참여하지 않은 채 감사가 재개됐다.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감사를 중단하는 것은 이를 주시하는 국민들을 봐서라도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며 “여당 의원들이 들어오시기를 바라면서 감사에 협조하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를 시작하겠다”며 진행을 이어갔다.
앞서 오전에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영장기각 사유 공개와 특별재판부 구성 등에 대한 질의가 오갔다. 민중기 서울중앙지법원장은 ‘검찰의 영장기각 사유 공개가 적절하냐’는 이완영 의원의 질문에 “전체적으로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부분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영장 발부 여부에 대해서 비판은 가능하겠지만 사실관계를 과장하거나 추측성 비판을 하는 것은 재판권 침해로 여겨질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표창원 민주당 의원이 “사법농단에 연루되지 않는 판사들 중심으로 특별재판부를 구성하면 위헌 논란이 없을 것”이라는 말에 최완주 서울고법원장은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야 검토해보고 바람직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여상규 국회 법사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서울고등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등 14개 법원 국정감사에 참석해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영지·김광연 기자 yj11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