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초청 의사에 대해 “공식 초청장을 발송해달라”며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면서 사실상 수락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바티칸 교황궁 2층 교황 서재에서 문 대통령과 만나 “문 대통령이 전한 말로도 충분하지만, 공식 초청장을 보내줬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북한이 실제 초청장을 보내 교황의 방북이 최종 성사될 경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황은 또 “한반도에서 평화프로세스를 추진 중인 한국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고 응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지난 1년간 한반도 문제에 있어 어려운 고비마다 ‘모든 갈등에 있어 대화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교황의 말씀을 마음에 깊이 새기고 또 새겼다”며 “그 결과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나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지난달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 위원장에게 ‘교황께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관심이 많다’며 교황을 만나뵐 것을 제안했다”며 “김 위원장은 바로 그 자리에서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는 적극적 환대의사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12시10분부터 12시48분까지 38분 동안 바티칸 교황궁 2층 교황 서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배석자 없이 단독 면담했다. 교황청 인류복음화성에서 근무 중인 한현택 신부가 순차 통역을 맡았다.
문 대통령은 게오르그 간스바인 교황청 궁내원장의 영접을 받아 ‘작은 왕좌의 방’이라 불리는 ‘살라 델 트로넷토(Sala del Tronetto)’에서 수행원들과 교황을 알현했다. 수행원으로 강경화 외교부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남관표 안보실 2차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윤종원 경제수석 등이 함께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국제구호단체인 ‘몰타 기사단’(Knights of Malta) 한국 대표 자격으로 함께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면담 장소인 서재로 들어서면서 문 대통령에게 “만나뵙게 돼서 반갑다”며 이탈리아어로 인사를 건넸다. 문 대통령도 “만나뵙게 돼서 반갑다”며 “저는 대통령으로서 교황청을 방문했지만 디모테오라는 세례명을 가진 가톨릭 신자이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이어 “오늘 주교시노드 기간 중에도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어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를 하게 해 주셔서 배려에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로마 바티칸 교황궁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