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상당수 제주도 예멘 난민 신청자들의 인도적 체류를 허가한 법무부 결정에 들끓던 '난민 반대 정서'가 최근 일부 난민의 마약류 양성반응 소식에 또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19일 기준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제안 게시판에 이틀 새 난민 관련 글이 90여건 넘게 올라왔다. 대부분 현 정부 난민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다. 전날 법무부 난민 심사를 받은 예멘인 중 4명의 소변검사에서 마약류인 '카트' 양성반응이 나오며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예멘은 기호식품인 카트 섭취가 합법이나 국내는 마약류로 관리한다. 경찰은 이들이 제주에서 카트를 섭취했는지 수사에 들어갔다.
이에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짜 난민들을 추방해야 한다', '마약 혐의로 체포됐다는데 강 건너 불구경할 것인가', '다른 국민에게 쓸 돈, 국민을 위해 써야 한다', '마약을 복용했다고 하는데 추방을 촉구한다'며 정부를 성토하는 의견이 빗발쳤다.
앞서 많은 예멘인이 제주도에 입국해 난민 신청을 하자 한 시민이 지난 6월 올린 난민법·무사증 입국·난민신청허가 폐지·개헌 청원에 71만여명이 몰리며 난민 반대 여론이 본격적으로 점화됐다. 이후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청장 김도균)이 17일 제주도 내 예멘 난민심사 대상자 458명 중 339명에 대해 2차 인도적 체류허가 결정을 내리자 난민 반대 주장이 재점화됐다.
법무부가 이번에 내린 인도적 체류 허가는 자격 갱신이 3년인 난민 지위 인정과 달리 1년에 불과하고 매년 정부로부터 연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배우자나 미성년 자녀를 국내에 초청하거나 지역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한 난민과 달리 이 혜택을 보지 못한다. 다만 제주도 외 국내 지역에도 머물 수 있고 합법적으로 일할 권리가 부여된다.
난민 문제 전문가들은 이런 점을 지적한다. 정부가 국제인권법에서 권장하는 기준보다 훨씬 더 엄격하게 심사하고 이번 심사 난민 인정률도 0%인데 극소수에 불과한 일부 난민의 마약류 복용 등 자극적인 부분에 집중하는 난민 반대 정서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난민 전문 변호사는 "국내에서 마약복용은 중한 범죄이기에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서 매우 자극적이다. 유죄일지 두고 봐야겠으나 과거 국내에서 문제가 안 됐는데 중국에서 문제가 되는 등 하나의 대상에 대해 나라마다 다르게 적용하는 특수성이 존재한다"며 "이번 법무부 심사에서 단 한 명도 난민 인정을 받지 못했다. 국제 기준을 생각할 때 면피성 결정으로 볼 수 있는데 일부 여론은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겉모습인 '마약', '체류 허가'에만 집중한다"고 지적했다.
난민인권단체에서 활동하는 다른 난민 전문 변호사도 "국내법에서 마약은 범죄이기 때문에 수사로 밝혀야 하는 부분이나 단지 마약류를 복용했다는 사실 자체 외에 문화적 다양성이 충분히 고려되는지도 중요하다. 실제 국제법상 난민 배제기준은 매우 엄격한 편"이라며 "법무부의 이번 인도적 체류 허가는 사실상 예멘인들에 대해 '알아서 살라'라는 수준이고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든 사유도 말이 안 되는데 일부 여론은 자극적인 부분만 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난민대책 국민행동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예멘인에 대한 인도적 체류 허가에 반발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임시 체류가 허가된 가짜난민들을 외국인보호소에 수용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