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문재인정부에 대한 사실상 첫 평가의 장인 2018년도 국정감사가 반환점을 돌았지만, 거듭된 정쟁과 파행으로 내실을 기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된 국감 일정을 종합해 보면 대체로 정책검증보다는 정쟁으로 흘렀다. 고용악화와 최저임금 인상 논란, 탈원전 문제와 수도권 부동산 대란 등 첨예한 현안들을 두고 치열하게 논리를 겨루기도 했지만, 정치적 다툼이 앞섰던 게 사실이다. 정책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국감 전부터 있었던 정치공세의 연장선상에 그쳐 아쉬움이 크다.
실제로 각 상임위는 이번 국감을 시작하면서 파행을 거듭하는 구태를 되풀이했다. 지난 12일 정무위원회 국감은 민병두 위원장의 의원실 보좌진 금융위원회 특혜채용 의혹이 확산하면서 파행했다. 16일 기재위 국감에선 비인가 재정정보 무단 유출 논란의 당사자인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의 국감 배제를 두고 격론을 벌이다 파행을 빚었다. 18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경수 경남지사와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할지를 놓고 대치하다 판을 접었다.
지난해 국감이슈가 다시 떠오르면서 '재탕국감'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기재위의 정부 경제정책을 둘러싼 논란은 여야의 단골 현안이었다. 이번에도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놓고 여야간 공방이 벌어졌지만 각 당의 이견만 확인할 수 있었다. 기재위 소속 한국당 간사인 추경호 의원은 21일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현 경제정책의 수정을 요구하는데 정부 입장의 변화 조짐이 전혀 안 보인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환경노동위원회의 최저임금 문제 역시 예년에도 지속적으로 제기되던 사안이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탈원전' 이슈는 문재인정부가 신재생에너지로 에너지전환을 선포하면서 지난해부터 국정감사 단골 메뉴로 나왔다. 탈원전 정책이 현재 진행형이긴 하나 내용면에서 지난해 국감과 다르지 않아 식상하다는 의견이 많다. 바른미래당 김삼화 의원은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입장이 좁혀져서 여야가 서로 이해할 수 있으면 좋은데 그렇게 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의원들의 민원성 질의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같은 장면은 주로 국토위원회 국감에서 연출됐다. 전북 완주가 지역구인 민주당 안호영 의원은 국토위 국감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새만금공항 예비타당성 면제 요청을 했다가 비판을 샀고, 부산 남구을이 지역구인 같은 당 박재호 의원은 "김해공항의 2단계 확장공사를 조속히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이병래(왼쪽부터) 한국예탁결재원 사장, 이정환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문창용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윤대회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등이 19일 부산 남구 국제금융센터 내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국정감사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