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책임)남북경협과 평화를 위한 비즈니스

입력 : 2018-10-22 오전 8:00:00
2018년 남과 북은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위한 역사적인 순간들을 숨 가쁘게 지나고 있다. 남북이 철도와 도로 연결을 위한 첫 삽을 올해 안에 뜨기로 했다는 소식과 함께 평양공동선언 이후 열린 첫 남북 고위급회담에서는 다양하고 구체적인 남북 경제 및 교류 협력 방안들이 제시됐다. 경협의 핵심인 공동 특구 조성을 위한 연구조사 착수, 이산가족 면회소 개보수 논의, 산림과 보건, 체육 협력 회담도 이달 말부터 개최하기로 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계속되고 조율해야 할 이해관계가 많지만, 남북 교류협력, 특히 경제협력을 진전시키려는 정부의 의지는 강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는 전면적인 실천과 이행의 단계에 들어갔으며, 여건이 조성되면 남과 북은 본격적으로 경제협력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남북경협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우리 기업들 역시 이미 많은 고민을 시작했고, 팀을 꾸려 북한 진출 전략을 수립해 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남북의 경제 협력은 어떤 가치와 방향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할까.
 
평화, 안보, 개발에 대한 주요 책임과 역할은 정부의 몫이지만, 민간 부문 특히 기업은 고위험 혹은 분쟁 지역의 안정과 안보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다. 기업은 비즈니스를 통한 일자리 창출, 지역사회의 경제 발전과 회복 촉진, 도시와 마을에 지속가능한 투자, 민족과 지역 사회 간의 평화를 증진하는 포괄적인 고용정책 수립, 저개발국·저소득층을 위한 사업 전략 개발과 이행, 인권, 노동, 환경 및 반부패 원칙을 바탕으로 한 책임 있는 비즈니스 활동을 통해 직접적·간접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네슬레(Nestle)는 오랜 내전으로 고통받은 콜롬비아에 '커피협력공동체'를 세우고 커피 공정의 효율적인 표준화된 프로세스를 정착시켜 지역 농가의 수익 창출을 돕고, 노동시간 절약으로 농부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며 지속가능한 커피 생산으로 기업과 지역사회의 안정을 가져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시스코(Cisco)는 팔레스타인의 IT기업에 아웃소싱을 해왔고, 이는 요르단강 서안지구 GDP의 10%를 차지하게 되었다. 또한 지역사회 IT 발전을 위해 150억원을 투자, 아웃소싱 회사 및 IT 벤처, 스타트업 회사 투자를 통해 IT기업들의 고용률이 65% 증가했고, 학생들의 엔지니어링과 컴퓨터 전공 학교 진학률은 20%가량 증가했다. 클라우드 기반의 일자리 파이프라인을 통해 37만 명의 참전군인들이 민간기업에 고용되기도 했다.
 
국내외 많은 기업들이 전쟁 및 분쟁 지역 및 그 이후 상태의 지역, 정치·사회적 위험과 불안정이 높은 지역, 인권침해가 심한 지역 등에서 기술과 재원을 가지고, 비즈니스 연계를 통해 고위험 지역사회의 발전과 안정, 평화증진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으며, 이는 비즈니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엔글로벌콤팩트(UNGC)는 2013년부터 기업들이 분쟁 및 고위험 지역에서 평화증진을 위해 UNGC 10대 원칙에 따른 책임 있는 경영을 이행할 수 있도록 평화를 위한 비즈니스(B4P·Business for peace) 플랫폼을 만들고 고위험 및 분쟁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가이던스 제공 및 지원, 사례 공유를 통해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는 2015년 개성공단 입주사들 및 주요 공기업들과 함께 한국에서 B4P 플랫폼을 런칭하고, 개성공단을 평화를 위한 비즈니스 사례로 국제사회에 소개해왔다.
 
유엔과 정부들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라는 글로벌 아젠다를 수립해 기업들의 적극적 역할을 요구하고, 우리 정부는 기업들에 사회적 가치 창출을 주문하고 있다. 전 세계 투자자들은 기업들의 환경·사회·거버넌스(ESG) 성과를 토대로 투자를 하고, 책임 있는 비즈니스를 유도해 나가고 있다. 세계은행 및 개발은행들 역시 ESG를 투자 가이드라인으로 삼고 있다. 남북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남북경협에 있어 우리 기업들 역시 이러한 흐름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면서 평화증진에 기여하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전략과 이행을 고민해야 한다.
 
이은경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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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