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라는 이름이 22일 내내 포탈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가장 높은 곳에서 내려올 줄 몰랐다. 이날 경찰이 공개한 '강서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이름이었는데 신상을 확인하려는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국민 반응은 '이럴 수가 있느냐'는 공분에 가깝다. 살해당한 21살 PC방 아르바이트생은 모델을 지망하며 고교 시절부터 스스로 용돈을 번 평범한 청년이었다. 더구나 살해 당일이 PC방 아르바이트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이제 더는 꿈을 꿀 수도 없게 됐다. 아무 죄없이 일하는 도중에 흉기에 30차례 넘게 찔려 사망했다는 잔혹한 사실에 가해자를 단죄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범행 후 김씨가 수년간 우울증을 앓았다며 병원진단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는 범행 자체를 넘어 '심신미약' 여부로 옮겨졌다. 형법은 심신미약자를 처벌 감형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일단 법원은 김씨의 정확한 정신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감정유치 영장을 발부했다. 김씨는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로 이송돼 이날부터 정신 감정을 받는다.
이에 반발한 한 시민은 '또 심신미약 피의자인가. 언제까지 심신미약으로 처벌이 약해져야 하나. 나쁜 마음을 먹으면 우울증 처방을 받고 함부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 지금보다 더 강력하게 처벌하면 안 되나'며 지난 17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김씨가 과거 흉악범죄자들처럼 감형될까 우려한 이 글에 오후 3시 현재 이미 88만여명이 동의했다.
2008년 8세 여자아이를 유인해 성폭행한 조두순의 경우 술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오는 2020년 12월 출소를 앞두고 있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범죄자도 심신미약이 인정돼 무기징역을 구형한 검찰 의견과 달리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심신미약 관련 국민적 공분에는 '나도 흉악범죄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불안 심리가 깔렸다. 법과 정신감정 결과서를 바탕으로 판단하겠지만, 국민적 법 감정을 고려해 흉악범죄자들을 처벌해달라는 사법부를 향한 마지막 호소이자 흉악범죄자의 '비빌 언덕'이 될 수 있는 심신미약에 대해 신중에 신중을 기해달라는 바람이다. 흔히 법을 최소한의 보호막이라 말한다. 사법부의 심신미약 판단만 보면 국민은 보호막이 아닌 벽으로 느끼는 게 아닐까. 사법부는 현재 국민의 걱정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김광연 사회부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