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에스크로이체 서비스, 온라인 결제환경 변화에 '계륵' 신세 전락

농협은행, 에스크로이체 한도 대폭 축소

입력 : 2018-10-22 오후 5:42:49
[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홈쇼핑이나 온라인 쇼핑몰 등 전자상거래 과정에서 은행이 거래대금 입·출금을 중개하는 '에스크로이체 서비스'가 점차 축소되고 있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오는 27일부터 'NH에스크로이체 서비스'의 이체 한도를 1회 및 1일 최고 2000만원으로 제한한다.
 
에스크로는 거래 과정에서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상품 미배송, 허위 주문 등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관련 거래대금 입·출금을 은행이 중개하는 제도다. 구매자가 판매자의 계좌로 거래대금을 송금할 때 에스크로이체 서비스를 이용하면 은행이 판매자에게 송금 사실을 통지한 뒤 구매자가 지급을 요청하면 판매자 계좌에 실제 송금한다.
 
농협은행은 기존 NH에스크로이체 한도를 인터넷뱅킹과 동일하게 적용해왔다.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를 보유한 개인 및 개인사업자 고객의 NH에스크로이체 이용 한도는 1회 1억, 1일 5억원이었으며 법인고객의 경우 1회 5억, 1일 50억으로 적용됐다.
 
그러나 농협은행은 오는 27일부터 이체한도를 낮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농협은행의 NH에스크로이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오는 27일부터 1회 및 1일 최고 이체 한도가 2000만원으로 낮아진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금융사고 등의 리스크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한편 에스크로이체 서비스를 보다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의 이 같은 결정을 두고 은행권에서는 온라인 결제 환경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몰 이용고객들이 주로 사용하는 결제 방식이 카드를 비롯해 각종 간편결제 중심으로 이뤄지다보니 에스크로이체를 이용하는 비율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며 "에스크로이체 건수가 연간 1000건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에서 에스크로이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은 국민은행과 농협은행, 기업은행(024110)이 전부다. 국민은행을 비롯한 기업은행은 에스크로이체 한도를 변경하지 않고 기존과 동일하게 운영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에스크로이체 한도를 별도로 설정하지 않았으며 기업은행은 인터넷뱅킹 이체 한도 내에서 1일 및 1회 최고 1억원까지 가능하다.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형 은행들도 10여년 전 에스크로이체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현재는 해당 서비스를 없애거나 기업 간 거래(B2B), 부동산 거래에서만 제공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에스크로이체 서비스 이용 시 수수료가 발생하는 점도 구매자들이 서비스 이용을 꺼리는 요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은행들은 거래 규모에 따라 적게는 200원, 많게는 금액의 0.2%를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에스크로이체 서비스 수수료는 기본적으로 구매자가 부담하도록 돼있지만 거래에 따라 부담 주체를 판매자 또는 구매자로 지정할 수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서비스 수수료는 이체 수수료와 별도로 부과되기 때문에 특히 구매자들이 이용을 꺼리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며 "통신판매업 신고를 위해서는 에스크로 등록이 필수인 만큼 판매자들에게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결제 과정에서의 간편함을 선호하는 추세가 짙어지고 수수료 부담 등으로 구매자들이 이용을 꺼려 서비스 제공을 지속해야하는지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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