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평양공동선언 비준안과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비준안을 의결하고 오후 비준(서명)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평양선언은 수일 내 관보에 게재되며, 군사분야 합의서는 문본(서류)을 북쪽과 교환한 후 관보에 게재될 예정이다. 선언문들은 관보에 게재됨과 동시에 법적 효력을 갖게 된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의 발전과 군사적 긴장 완화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더 쉽게 만들어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길 뿐만 아니라 한반도 위기 요인을 없애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그동안 불이익을 받아왔던 접경지역 주민들에게 가장 먼저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증진시키는 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번 비준으로 남북정상 간 합의서가 사상 최초로 법적 효력을 갖게 됐다. 향후 정부부처의 남북간 교류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북한의 보다 적극적인 비핵화 및 평화체제 행보를 추동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 부속성격이 강한 평양선언을 정부가 비준하는 것은 선후가 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남북관계발전법) 제21조에 따르면, 국회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남북합의서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남북합의서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법제처는 평양선언은 판문점선언의 이행 성격이 크며, 판문점선언이 이미 국회 비준 동의 절차를 밟고 있어 별도의 국회 동의가 요구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합의서 역시 국회 비준 동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평양선언은 판문점선언을 이행하는 성격도 있지만, 그 자체로 독자적인 선언”이라며 “이 문서에 담긴 내용 그 자체로 효력이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르면 국회 비준 동의를 요하는 두 가지 요건은 재정부담이 발생할 때와 입법사안이 필요할 때”라며 “평양선언은 거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7년도에도 남북 총리회담 합의서 비준동의안이 국회 계류 중인 상황에서 후속 합의서인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 서해평화협력특별추진위원회, 국방장관회담합의서 등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비준한 사례가 있다”고 부연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부속합의서에 해당하는 평양공동선언과 군사합의서에 비준 동의가 필요 없다는 어느 나라 엿장수의 논리인가”라며 “임의적이고 자의적인 (법제처의) 유권해석은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