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태광 이호진 전 회장' 또 파기환송…7년째 소송만 계속

"횡령·조세포탈, 병합심리·선고 여부 다시 따져봐야"

입력 : 2018-10-25 오후 3:06:32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400억원대 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 대한 상고를 대법원이 일부 받아들였다. 조세포탈 혐의 유죄 선고를 다른 범죄와 병합해 선고할지, 분리할지 심리했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무죄에 대한 판단은 아니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5일 특정경제범죄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에 대한 재상고심에서 징역 3년6개월과 벌금 6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거액의 회사 자산을 빼돌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4차 항소심 공판을 위해 2012년 5월31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기 위해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에 몸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판부는 먼저 판결문에서 “금융사지배구조법 32조 1항은 ‘금융위원회는 적격성 심사대상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마다 공정거래법과 조세범처벌법 및 금융과 관련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법령 준수 등 적격성 유지요건을 갖췄는지 여부를 심사한다’고 정했고, 6항은 이를 위반한 죄와 다른 죄가 경합할 경우 이를 분리 심리해 따로 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금융사지배구조법상 적격성 심사규정은 그 대상에 대한 주기적 심사를 통해 건전한 금융질서와 금융회사 경영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을 입법목적으로 한다”며 “이런 점을 고려하면 경합범에 대한 분리 심리·선고 규정은 피고인이 이 법상 적격성 심사규정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적용되는 규정이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중 2004년도 법인세·부가세 포탈 부분, 2005~2007년도, 2009년도 법인세 포탈 부분은 금융사지배구조법 32조 1항에서 규정하는 금융회사인 주식회사 최대주주 중 최다출자자 1인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이 적격성 심사대상인지 여부를 확정한 뒤 그에 따라 경합범 관계에 있는 다른 죄와 분리 심리·신고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원심은 심리 없이 피고인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조세포탈과 나머지 부분을 형법상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한 형을 선고한 것은 금융사지배구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11년 1월 채권, 주식, 부동산 등으로 불법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회사 자금 400억원을 횡령하고, 골프연습장을 헐값에 매각하는 등 회사에 97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209억2572만원의 횡령 등 일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징역 4년6월과 벌금 20억원을 선고했으며, 2심은 일부 배임을 무죄로 판단해 벌금 부분만을 2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감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사건 무자료 거래를 통한 횡령의 객체는 태광산업이 생산한 '섬유제품' 자체가 아니라 섬유제품의 '판매대금'으로 봐야 한다"며 원심에서 유죄로 판단한 ‘섬유제품 무자료 거래로 인한’ 횡령액 196억8545만원을 다시 산정하라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이에 파기 환송심은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200억원을 이 회장의 횡령액으로 인정하면서 조세포탈죄와 함께 병합해 징역 3년6월에 벌금 6억원을 선고했다. 이에 이 회장이 상고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11년 1월 구속기소된 뒤 간암과 대동맥류 질환을 이유로 석달만에 구속집행이 정지됐고, 2012년 보석 허가를 받아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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