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우리은행(000030)이 내년 초 지주사 출범을 앞두고 외풍(外風)에 흔들리고 있다. 금융 경쟁력을 제고하기위해 완전민영화를 바탕으로 한 금융지주사 체제를 추진해왔지만 회장 선임 첫 단추부터 관치 논란에 휘말린데 따른 것이다. 회장 후보 선출 절차 등 지주사 전환에 따른 작업 또한 금융당국의 인가 이후로 미뤄졌다.
우리은행이 내년 초 우리금융지주 초대 회장 선임을 앞두고 관치금융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 본점에서 정기이사회를 갖고 올해 3분기 실적을 포함해 지배구조 및 지주회사 회장 후보 선출절차 등을 논의했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은행장·회장 겸직 여부가 공식적인 안건으로 올라오지 않았지만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는 사안인 만큼 비공식적인 의견 교환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회장·은행장 겸직 여부 등은 내달 7일 금융위 정례회의 이후 재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우리은행 한 사외이사는 “지주사 지배구조와 관련한 문제는 정식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면서 “이번에는 서로 간의 생각을 들어보고 구체적인 절차 등은 내달 금융위 정례회의 이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금융위원회는 내달 7일 정례회의에서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 등의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다. 당초 우리은행은 지난 2일과 8일 사외이사 간담회를 통해 회장·행장 겸임 등 지배구조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으며 이날 회장 후보선출 방식 등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주주권 행사’를 시사함에 따라 당국의 움직임을 먼저 살펴보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주주권 행사’로 자율경영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금보험공사가 회장 후보군에 대해 강한 목소리를 낼 경우 수장직 또한 정부의 입김에 좌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사안은 정부의 개입 범위다.
지난 2016년 우리은행 민영화 당시 금융당국에서는 ‘자율경영’을 약속했지만 불과 1년 만에 지배구조와 관련해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밝히며 사실상 경영 개입을 시사하고 있어서다. 이로 인해 지난해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당시 배제됐던 예금보험공사가 수장 선임을 주도할 수 있다는 평가다.
현재 예보는 우리은행 지분 18.43%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정부 측 입장을 대변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또한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우리은행의 자율경영을 보장한다는 원칙과 입장은 변함없다”면서도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 의견을 가지는 것이 타당하고 어떻게 전달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 역시 “지주사 전환과 관련해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주주 정당한 권리행사'란 평가와 '자율경영을 침해하는 관치금융'이라는 평가가 충돌하고 있다. 박필준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은 “금융지주사 설립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안정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입김으로 은행을 모르는 낙하산 인사가 오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주주로 참여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단순 참여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우리은행의 민영화 정신을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예보의 참여는) 정부의 의견을 전달하는 창구로 역할하기 보다, 민간 주주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우리은행은 내달 임시 이사회를 갖고 회추위 구성 등의 안건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전망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올해 말 예정된 주주총회 안건을 준비하기 위해선 늦어도 다음달 23일 이사회 전까지는 회장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며 “곧 임시 이사회를 열고 구체적인 방안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