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부동산중개인을 끼지 않고 당사자끼리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한다. 이후 계약을 취소하지만 실거래가 기록에서 내려가지 않아 시세를 조장하게 된다. 이는 곧 시스템의 문제다."
29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이 같은 내용의 부동산 자전거래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수십 건을 넘었다. 집값 상승 폭이 감소하는 추세에도 국지적인 과열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청원자들은 자전거래를 과열 주범으로 의심한다. 부동산 자전거래란 실거래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매 계약을 한 뒤 취소해 인위적으로 집값을 올리는 행위를 뜻한다.
자전거래에 대한 의심를 증폭시킨 배경에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의 수상한 거래가 발화점이 됐다. 지난 8월 아크로리버파크는 3.3㎡당 1억원에 거래됐다고 알려졌지만 실거래가 신고가 되지 않아 허위거래인 것으로 잠정 판명났다. 반포동 인근 부동산 중개소 관계자는 "신반포 3차·경남 아파트가 7월에 재건축 관리처분이 나며 가격이 오르자 아크로리버파크도 24평 매물이 24억에 거래가 됐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전라도 광주에서도 작전 세력이 가담했다는 의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광주 남구 봉선동에 위치한 A아파트는 지난 8월 8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7개월 만에 4억 이상 상승한 가격이다. 문제는 올 1월부터 현재까지 16건의 실거래가 성사됐음에도 실제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확정된 거래는 1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부동산정보 제공업체 호갱노노에 따르면 나머지 15건의 거래는 미확인이 6건, 확인 중 거래가 7건, 유사 거래로 확정 가능성이 낮은 거래가 2건이다. 통상 부동산 거래는 계약일로부터 2~3개월 이후 잔금을 치르고 소유권 이전 등기가 이뤄져 이보다 등기가 늦어질 경우 취소된 거래일 가능성이 크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위치한 B아파트 전용면적 59㎡도 올해 1월부터 29건의 실거래가 성사됐지만 9건의 거래에서 등기가 이뤄지지 않았다. 미확인 거래가 3건이고, 등기 여부 확인 중 거래가 6건이다. 이외에도 유사 거래로 확정 가능성이 낮은 거래가 7건 더 있다.
이처럼 단기간에 집값을 높이려는 의도로 실거래가 시스템을 악용할 수 있다는 의심과 함께 왜곡된 시세 형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한 공인중개사는 "오래된 중개업자들은 급매물이 나오면 직접 매수해 업계약을 해서 파는 경우가 있다"며 "자전거래는 중개업자와 주민 등 지역 이기주의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