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기업들의 체감경기에 한파가 불어 닥쳤다. 제조업 불황에,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둔화까지 현실화되면서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맞이할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9일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11월 전망치는 90.4를 기록했다. 전달 97.3에서 7포인트 가까이 급락한 것으로 올 들어 가장 큰 낙폭이다. 8월 89.2 이후 다시 90 선이 위협받았다. 이날 공개된 BSI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들을 대상으로 지난 17일부터 24일까지 조사됐으며,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향후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음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내수(98.5), 수출(97.6), 투자(96.3), 자금(96.7), 재고(102.4), 고용수요(97.4), 채산성(95.0) 등 모든 부문에서 기준선 이하를 기록했다. 재고는 100 이상일 때 재고과잉을 의미한다. 특히 내수와 고용수요는 전월 대비 다시 100 이하로 내려왔다. 업종별로는 중화학공업(83.6) 전망이 특히 어둡게 나타났다. 전달 94.5에서 후퇴했다. 또 자동차·트레일러 및 기타 운송장비(77.1), 전자 및 통신장비(77.4) 등을 중심으로 비관적 전망이 두드러졌다. 비제조업(94.2)도 컴퓨터 프로그램 및 정보서비스(75.0), 도·소매(88.0), 건설(88.5) 등을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예상됐다.
기업들은 전반적인 제조업 불황으로 새로운 투자와 고용의 여유가 없다고 답했다. 중국의 국경절 이후 수요 증가가 미진하고 환율·유가 상승 등으로 인한 수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경연은 "미·중 무역전쟁의 심화와 신흥국 자본 유출 등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도 기업 경기전망 악화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했다.
함께 발표된 10월 실적치는 91.0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5년 4월 101.3을 기록한 이후 42개월 연속 기준선을 넘지 못했다. 전달 84.2보다는 개선됐지만 이는 추석연휴 등으로 영업일수가 적었던 것에 대한 기저효과로, 설날(2월)과 추석(9월)이 있었던 달을 제외하고는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세부적으로 내수(96.1), 수출(96.1), 투자(96.9), 자금(96.9), 재고(105.2), 고용(98.5), 채산성(96.1) 등 전 부문이 부진했다. 한경연은 "전달 전망치에 비해 실적치가 낮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기업들의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실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송원근 한경연 부원장은 "3분기 경제성장률이 2.0%로 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고, 설비투자·건설투자도 부진해 향후 경기전망에 대한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 경제성장률이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세계 경제 전망치도 하향조정되고 있다"며 "경기하강 국면에 대응할 수 있는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