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애플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신모델 아이폰XS맥스가 다음달 2일 국내에 정식 출격한다. 지난달 전세계 16개 1차 출시국에서 아이폰XS, 아이폰XR과 함께 발매된 아이폰XS맥스는 지금껏 등장한 아이폰 중 가장 큰 화면을 채용해 주목받았다. 그러나 큰 화명과 넉넉해진 용량을 제외하면 전작과 뚜렷한 차이가 없어 아쉽다는 혹평과 함께 출고가가 200만원에 육박해 고가 논란도 야기했다. 한 달 간 아이폰XS맥스를 사용한 소감은 한 마디로 '애플'이다. 일반 대중에게는 애플이란 브랜드를 앞세운 '비싼폰'에 그치지만 애플 매니아들에게는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시하는 신제품으로의 매력을 발산한다.
지난달 29일 도쿄 오모테산도에 위치한 애플스토어는 이른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아이폰XS맥스가 출시된 지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었지만 매장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제품 수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에 신제품을 구경하려는 사람, 예약을 하지는 못했지만 현장에서 구매가 가능한 지를 알아보려는 사람들까지 더해져 애플스토어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대기자들 중에서는 일본인 외에 한국, 중국 관광객들도 많이 보였다. 한 중국 관광객은 신제품을 10대나 구매하기도 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아이폰XS맥스 공개 직후 "애플이 합리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상당한 규모의 소비자가 있다"고 말한 자신감의 근원이 눈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9일 도쿄 오모테산도에 위치한 애플스토어 내부 모습. 아이폰XS맥스가 출시된 지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신제품 구매를 위해 매장을 찾았다. 사진/뉴스토마토
처음 맞이한 아이폰XS맥스는 컸다. 전작인 아이폰X가 5.8형(인치) 슈퍼레티나 H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데 반해 아이폰XS맥스는 6.5형 디스플레이를 품었다. 대화면이 대세인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트렌드를 따랐다. "스마트폰은 한 손으로 조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스티브 잡스의 신념에 따라 고수해왔던 4형대의 소형 스마트폰은 작별을 고하게 됐다. 커진 화면 만큼 무게는 174그램(g)에서 208g으로 34g가량 늘었다. 단 30g 정도 늘었을 뿐인데 손에 잡히는 느낌은 묵직했다. 성인 여성이 한 손으로 잡기에 다소 부담이 되는 크기다. 두께나 무게가 늘어나는 것을 감안해 최대한 얇은 케이스를 씌웠지만 한 달 간 사용하면서 손가락이나 손목에 무리가 가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다만 이는 갤럭시노트9 등 다른 대화면폰을 이용하면서도 느낄 수 있는 불편함이다.
아이폰XS맥스 후면(왼쪽)과 전면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새롭게 추가된 골드 컬러는 오묘했다. 후면이 유리로 돼 있어 빛 반사에 따라 조금씩 다른 색상으로도 보이는데, 실버나 스페이스 그레이 등 기존 모델에 비해 여성 사용자들을 공략하기 더 좋아보인다. 최대 512GB로 확장된 내부 저장 용량도 만족스러웠다. 아이가 생긴 이후 사진과 동영상을 찍는 빈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는데 이를 수용하기에는 64GB의 기존 모델도 역부족이었다. 저장 공간 확보를 위해 사진과 동영상 일부를 디바이스에서 지워야 했지만 남들 눈에는 똑같이 보이는 100장의 아이 사진이 엄마 눈에는 미묘하게 달라 어느 것 하나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아이폰XS(왼쪽)와 아이폰XS맥스의 후면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이 밖에 눈에 띄는 차이는 사진 효과다. 아이폰X와 아이폰XS맥스의 카메라 스펙은 동일하다. 후면 1200만화소 듀얼카메라와 전면 700만 화소 트루뎁스 카메라를 탑재했다. 때문에 일반적인 촬영 환경에서의 차이는 체감이 크지 않다. 하지만 아이폰XS맥스는 인물사진 모드를 강화했다. 피사체 이외의 배경을 흐릿하게 처리하는 보케 효과를 개선했고 이미 찍힌 사진의 심도를 사후 조절할 수도 있다. DSLR과 같이 고성능 카메라에 익숙하지 않으면서도 또렷한 인물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욕구를 만족시키기 충분하다. 전작과 기능면에서 큰 차이가 없음에도 아이폰XS맥스 구입을 결정했던 데에는 인물 사진이 더 잘나온다는 요인도 상당 부분 작용했다.
아이폰XS맥스는 A12 바이오닉 칩을 첫 적용했다. 애플에 따르면 A11 대비 속도는 최대 15% 더 빠르고 소비 전력은 50% 가량 적다. 다만 실사용 입장에서 속도 개선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애플리케이션 구동 속도가 이미 충분히 빠르기도 하지만 최신 운영체제(OS)인 iOS12에 맞춰 앱 최적화가 덜 된 이유도 있어 보인다.
다수가 지적한대로 아이폰XS맥스는 전작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점은 많지 않다. 10여년 전 스마트폰 시장을 개척했던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애플은 사용의 편리함과 친숙성을 내세워 기존 사용자들을 잡아두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아이폰, 애플워치, 아이패드, 맥북 등 애플의 생태계에 한 번 발을 들인 이상 쉽사리 빠져나가지 못하는 구조를 보다 공고히 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불붙은 폴더블, 5G 스마트폰 경쟁에서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같은 이치다. '와'하고 탄성을 자아내는 놀라움은 사라졌지만 애플의 이름값은 여전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