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지난해 국내기업의 수익성, 성장성, 안정성이 모두 개선된 가운데, 매출액영업이익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여전히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데다 기업 10개 중 2개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좀비기업으로 나타났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한국은행이 31일 발표한 '2017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6.1%로, 전년(5.4%)보다 0.7%포인트 개선됐다. 매출액영업이익률은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로 기업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 편제를 시작한 지난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번 조사는 국세청 법인세 신고기업 중 제조업 14만5000여곳, 비제조업 51만여곳 등 비금융 법인 65만5524곳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지난해 국내기업의 수익성 개선은 반도체 훈풍이 이끌었다. 제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7.6%로 전년(6.0%)보다 높아졌는데, 이중 기계·전기전자가 전년 5.8%에서 11.7%로 큰 폭으로 올라 전체 제조업의 수익을 주도했다. 실제 지난해 반도체 D램(DDR3 4Gb) 가격은 평균 3.77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4% 급등했다. 다만 기계·전기전자업종을 제외한 영업이익률은 5.1%에 그쳤다. 비제조업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4.9%로 전년과 같은 수준을 보였다.
반도체 호조세는 기업의 성장성에도 기여했다. 성장성 지표인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해 9.2%로 전년(2.6%)보다 크게 개선됐다. 이는 2011년 12.2%를 기록한 이후 최대치다. 제조업의 경우 전년 마이너스에서 반등에 성공해 9.0% 증가율을 보였다. 기계·전기전자(17.4%)가 크게 뛰면서 전체 매출액 증가율을 이끌었다. 다만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기계·전기전자 업종을 제외하면 7.8%로 줄어 반도체 효과가 컸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반도체 수출 호조로 대기업과 제조업 중심으로 기업들의 전반적인 내실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안정성을 나타내는 부채비율은 지난해 114.1%로 전년(121.2%)보다 하락했다. 이는 통계 편제 이래 사상 최저 수준이다. 제조업 부채비율은 77%로 전년(80.2%)보다 하락했다. 다만 비제조업에서 음식숙박업은 193.7%에서 201.5%로 확대됐다. 지난해 사드 갈등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수가 급감한 영향이 컸다. 또 한국전력공사 등의 적자가 지속되면서 전기·가스업 부채비율도 소폭 올랐다.
이처럼 기업의 수익성·성장성·안정성이 모두 개선됐음에도 양극화는 오히려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체 산업의 이자보상비율은 전년 442.1%에서 537.4%로 크게 올랐는데, 이자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한 기업인 좀비기업(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비중은 전년 20.2%에서 지난해 20.3%로 0.1%포인트 증가했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비율로, 영업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지 보여준다.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비중이 20.2%를 기록했다는 것은 10개 기업 중 2곳은 영업활동으로 이자 비용도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