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포스트 반도체' 분주…최대실적에도 시장 우려

DS부문 의존도 83%, 반도체 쏠림 심화…신성장 동력으로 5G·AI 낙점

입력 : 2018-10-31 오후 4:52:34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포스트 반도체'는 삼성전자의 지상과제다. 장기간 지속된 반도체 업황 호조는 실적 행진의 바탕이 됐지만, 동시에 반도체로의 과도한 쏠림을 야기하는 위협 요인이 됐다. 삼성전자도 이 같은 리스크를 인지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개선에 매진할 방침이다. 초격차 전략을 앞세워 반도체 경쟁력을 유지하는 한편 인공지능(AI), 5G 등 신성장 동력에도 역량을 모은다.  
 
31일 삼성전자가 공시한 3분기 확정실적을 보면, 이 기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영업이익은 14조56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영업이익(17조5700억원)의 82.6%에 해당하는 규모다. DS부문의 이익 기여도는 2분기 78.6%보다 4%포인트 높아진 것은 물론 역대 최고 수준이었던 지난해 4분기의 80.5%도 넘어섰다. 이중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은 13조6500억원으로 전사 이익의 77.6%를 담당했다. 반도체 사업만 놓고 보면 지난해 4분기 처음으로 70%를 넘긴 후 올 1분기 73%, 2분기 78% 등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이는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슈퍼 호황에 접어든 것과 직접적 관계가 있다. 삼성전자가 압도적 지위를 점하고 있는 D램과 낸드플래시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유례가 없는 성수기가 찾아왔다. 3분기 중반부터 가격 하락세가 일부 포착됐지만 계절적 성수기 효과와 서버·모바일향 수요 증가로 매출과 이익이 모두 늘었다. 이 기간 삼성전자의 비트그로스(비트단위 출하량 증가)는 D램이 10% 중반, 낸드가 20% 초반을 기록했다. 
 
다만, 메모리 시장 호황에 기댄 실적 행진은 양날의 검과도 같다. 반도체 사업에서도 메모리 분야에 대한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다. 3분기 반도체 사업 매출액은 24조7700억원으로, 이중 21조500억원이 메모리에서 비롯됐다. 반도체 시황이 흔들리면 전사 실적에도 타격이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삼성전자도 4분기 영업이익이 반도체 업황 둔화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의 우려도 그칠 줄 모른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0.12%(50원) 오른 4만2400원으로 마감했다. 하락세를 면치 못하다 장 후반 반등에 겨우 성공했다. 1년 전 고점인 5만7519원(2017년 11월2일 종가, 액면분할 후 주가 환산)보다 26%가량 낮은 수준이다. 사상 최대 실적을 써낸 기록적인 날의 성적으로는 매우 초라한 모습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스마트폰에 과거 전성기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반도체마저 시황이 둔화되며 고점론에 점점 힘을 받고 있다"며 "계속되는 실적 행진에도 삼성전자 주가가 연일 하락세인 것은 반도체 이후는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일단 자신감을 내비쳤다. 반도체 시황이 둔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고, 응용처가 과거에 비해 다변화된 만큼 중장기적으로 메모리에 대한 수요는 견조할 것이란 전망이다. 전세원 메모리사업부 전무는 이날 열린 실적 설명회에서 "최근의 가격 하락세는 업체별 재고 수준, 계절적 영향 등도 있지만 2년 이상 지속된 공급 부족을 처음 겪어보는 심리적인 요인도 작용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AI, 5G 사업이 본격화되면 메모리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라며 "중장기 펀더멘털은 견고하다"고 자신했다. 
 
삼성전자는 취약점으로 꼽히던 시스템LSI,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영역의 역량 강화도 추구한다. 3D센서, 전장, 사물인터넷(IoT)향 제품 개발로 사업 다변화를 꾀하고, 7나노 극자외선(EUV) 공정을 완료해 내년부터 양산에 본격 돌입한다. 7나노 공정과 관련해서는 고객 문의도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현 파운드리사업부 상무는 "7나노를 바탕으로 모바일, 오토모티브, AI 등으로의 고객 확대를 적극 추진 중"이라며 "고객 맞춤형으로 경쟁력 있는 가격 구조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적 악화가 두드러지고 있는 모바일(IM)부문에서도 5G 시대를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 기회를 모색한다. 이경태 무선사업부 상무는 "삼성전자는 5G와 관련된 장비, 단말, 칩셋을 모두 보유한 강점이 있다"며 "주요 정부가 인정한 보안기술을 기반으로 최초 상용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4분기부터 한국과 미국 등 통신 선진시장을 대상으로 5G 장비 공급을 추진하고 일본, 중국, 유럽 등 글로벌 시장 성장에도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전체 휴대폰 판매의 80% 이상을 충당하는 스마트폰 사업도 폴더블, 5G 전용 단말기를 적기에 선보여 기술 혁신을 주도한다. 이 상무는 "폴더블폰 출시에 앞서 애플리케이션 최적화를 위해 관련 내용을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 계획"이라며 "의미 있는 제품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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