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어주는기자)"'먹고사니즘' 이요? 그냥 하고픈 거 할래요"

현실이건, 이상이건 힘든 건 매한가지…'나를 닮은 일' 찾아가는 8인 이야기
나를 닮은 일|김남규 묻고 엮음|일토 펴냄

입력 : 2018-11-02 오전 11:57:08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서점은 죽지 않는다'를 쓴 저자 이시바시 다케후미는 "'현실' 역시 우리를 받아주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면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편이 후회 없을 것"이라 얘기한다. 
 
이시바시의 말처럼 적어도 '왜 그 일을 선택했는지' 정도는 알고 있는 8인의 이야기가 '나를 닮은 일'이란 책 한 권에 엮어 나왔다.
 
황금미영·윤종식 소극장 '하다'의 공동대표. 사진/일토
 
황금미영, 윤종식 소극장 '하다'의 공동대표는 스스로를 '공연하는 사람'이라 지칭한다. '먹고사니즘'을 위해 음성에서 장사를 하던 이들은 그 마저도 생각보다 수월하지 않음을 알게 됐다. 
 
"물론 어디서든 연극을 하고 음악하는 건 배고픈 일이지만 장사를 해봐도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아니 이럴 거면 그냥 여기서도 하고 싶은 걸 하자. 어차피 굶고 살거', 처음에는 그런 게 제일 컸어요."
 
'책 쓰자면 맞춤법' 저자 박태하는 '편집하는 사람'이다.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현실적인 조건을 생각하며 기자를 꿈꾸기도 했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들어간 출판사에서 책을 만들고 이제는 직접 책도 쓴다. 생각지 않던 출판일을 이제 그는 서서히 닮아간다.
 
"이 일은 힘들건 어떻건 제 몸에 맞는 느낌은 있습니다. 물론 나를 닮은 일을 하게 된 것도 맞지만, 이 일을 하다 보니 닮아간 것도 크고요."
 
'왈이의 아침식땅'은 직장인들의 일상을 재료 삼아 아침 식사와 관련된 10분 내의 오디오 콘텐츠를 만들어 낸다. 사진/일토
 
김지언 미디어 스타트업 '왈이의 아침식땅' 공동대표는 '출근길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다. 돈 대신 직장인들의 일상 사연을 재료 삼아, 어울릴 만한 아침 식사 메뉴를 차려낸다. 칼로 재료를 썰고 불을 올려 물을 끓이는 소리 하나, 하나가 10분 내의 오디오 콘텐츠에 담긴다.
 
"출근하는 사람들 표정이 어둡다는 게 저희의 공통 관심사였어요. 출근길 사람들이 일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떤 일을 하고 있고, 또 어떤 일을 겪고 있기에 저런 표정으로 출근하게 되는걸까. 그러다 출근길을 바꾸는 데 필요한 게 뭔지 생각하다 팀의 막내가 '아침에 필요한 게 아침밥 밖에 더 있어?' 했는데 저희 모두에게 엄청 크게 다가왔죠."
 
회사 사무직으로 일하며 그림을 그려 책을 낸 서귤의 드로잉. 사진/일토
 
이 외에도 책에는 로컬숍을 연구하는 '브로드컬리' 발행인 조퇴계, 프로파일러로 활동하다가 연기하는 배우가 된 김윤희, 대형서점과 헌책방에서 일하다 '프루스트의 서재'를 연 대표 박성민, 회사 사무직으로 일하며 그림을 그려 '고양이의 크기', '책 낸 자'를 낸 서귤, 남성복 디자인을 하려다 북디자이너가 된 오오엔(OON) 등의 인터뷰가 수록됐다.
 
인터뷰어는 삶과 일에 관심이 많은 작가 김남규씨다. 그는 "지난 겨울부터 올해 여름까지 여러 사람을 만나 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들이 어떤 선택을 했고, 왜 그 일을 선택했는지, 어떤 과정을 겪고 있으며 계획은 무엇인지, 선택에 후회 없는지 묻고 들었다"고 책을 펴낸 소감을 전했다.
 
'나를 닮은 일'. 사진/일토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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