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쓰자 눈앞에 농구장이 펼쳐졌다.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시즌 KT 소닉붐 경기. 실제 경기장에 있는 것처럼 선수들의 날렵한 움직임이 빠르게 다가오면서 마커스 랜드리가 "슛 골인." 농구 코트 맨 앞줄에 앉아 경기를 보는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몸이 골대 앞으로 향했다.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홍대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KT의 개인형 실감미디어 서비스 스페셜포스VR을 체험해 봤다. 중국 VR 기기 제작사 피코(PICO)의 G2를 쓰고 농구 경기를 관람했다. 농구장 양쪽 백보드와 중앙의 중계 부스에 VR 카메라를 설치해 실제 농구 경기장에서 관람하는 듯했다. VR 전용 편파해설을 마련, 눈과 귀가 일체되는 순간이었다.
홍대 인근의 한 카페에서 모델들이 기가라이브TV(GiGA Live TV) 가운데 스페셜포스VR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KT
스페셜포스VR은 KT가 오는 12일 출시하는 개인형 실감미디어 극장서비스 '기가라이브TV(GiGA Live TV)'의 일부다. 스마트폰·PC 등 별도 단말과 연결이 필요 없는 무선 기반의 독립형 VR 기기(피코 G2)를 통해 KT만의 실감형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VR 사업을 오프라인에 이어 온라인까지 확대한 것이다.
스페셜포스VR 외에 인터넷(IP)TV 콘텐츠를 아이맥스 화면으로 옮겨온 올레tv모바일, 영화·예능·스포츠 등 독점 VR 콘텐츠와 웹툰·뮤직비디오를 감상할 수 있는 Live on 360 등으로 구성됐다.
올레tv모바일은 VR기기 하나만 있으면 나만의 영화관이 만들어진다. VR기기 리모컨을 누르자 영화 인크레더블2가 시작됐다. 마치 심야영화를 보는 것처럼 고요한 공간에서 인크레더블2가 나온다. 머리에 쓴 VR 기기가 무겁다고 느껴지기도 전에 영화 속에 스며들었다. 100여개의 실시간 채널, 18만여편의 주문형비디오(VOD)가 눈 앞에 대화면으로 상영된다. 통신사에 상관없이 와이파이(Wi-Fi)만 연결돼 있으면 극장에 가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대화면으로 즐길 수 있다.
고윤전 KT 미래사업개발단장은 "초경량의 독립형 VR 기기만 착용하면 다양한 실감형 콘텐츠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혼자서 몰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라며 "누구든 손쉽게 이 서비스를 경험해 VR 생태계를 넓히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KT는 당분간 유료영화·게임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콘텐츠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유료서비스는 내년 3월 이후 시작된다. 단, 전용단말인 피코 G2는 47만원에 판매한다. 사전예약 기간인 2일부터 11일까지는 50% 할인을 진행한다. 고 단장은 "VR은 아직까지 생소한 서비스이고, 생태계 활성화 차원에서 당분간 콘텐츠 비용을 받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T는 VR 생태계 확대를 위해 콘텐츠 확대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고 단장은 "이 서비스 출시를 위해 콘텐츠에만 20억원을 투자했다"며 "내년에는 투자 규모를 더 키우고, IPTV 콘텐츠를 비롯해 케이툰, 스카이티비 등 그룹 차원에서 콘텐츠 확대에 신경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VR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전용 플랫폼 기가라이브온(GiGA Live on)을 구축해 콘텐츠 개발과 유통에 나서고 있다. 기가라이브TV의 콘텐츠는 브로틴·드래곤플라이·투토키·오렌지베리·오드아이팩토리· 루모스이엔엠·컨텐츠헤라 등 국내 사업자들과 협력하고 있다. 실감미디어 콘텐츠 공모전 링크온어워드를 통해 선정된 인디 개발자들의 작품을 기가라이브TV 등 KT의 다양한 채널에서 제공도 한다. 고 단장은 "다양한 업체와 협력을 강화해 콘텐츠 확대에 나설 것"이라며 "이번 기업과 소비자 거래(B2C) 제품을 시작으로 기업과 기업간 거래(B2B)로도 영향력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