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인증서 대체 기대받은 '뱅크사인' PC버전 도입에도 부진 지속

출시 약 3개월간 6만여건 발급…차별화·사용처 부족에 소비자 외면

입력 : 2018-11-05 오후 6:56:14
[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공인인증서를 대체하기 위해 은행연합회 주도로 도입된 은행권 공동인증서비스 '뱅크사인'이 PC 인터넷뱅킹 적용에도 좀처럼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다. 뱅크사인의 보안성이 더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소비자들이 기존 공인인증서와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데다 활용 범위 역시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8월27일 출시된 뱅크사인은 출시 3개월여가 지난 현재 6만여건이 발급됐다.
 
이는 지난 2분기 기준 최근 1년간 조회 또는 자금이체 이용실적이 있는 실제 인터넷뱅킹 이용고객수 6949만명(복수 은행 이용 중복 합산)의 0.09%만 뱅크사인을 발급받은 셈이다. 모바일뱅킹 실제 이용고객수 6601만명 중 뱅크사인을 발급받은 비중 역시 0.09%에 그친다.
 
뱅크사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전자거래 보안성과 편의성을 높인 은행권 인증 서비스로 영문, 숫자, 기호를 조합해 비밀번호를 설정해야하는 공인인증서와 달리 숫자 6자리로만 설정할 수 있고 한번만 발급받으면 3년간 갱신할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뱅크사인은 각 은행의 전산 개발을 이유로 모바일뱅킹에서만 활용하는 방식으로 출시됐다. 지난달에서야 국민은행을 비롯해 KEB하나은행, 우리은행(000030), 경남은행, 케이뱅크 등에서 활용 가능해졌으며 이달 중에는 수협은행과 전북은행, SC제일은행, 기업은행(024110)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신한은행과 부산은행의 경우 연내, 농협은행과 대구은행 등은 내년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초 모바일뱅킹에서만 활용 가능한 상태로 출시됐기 때문에 PC 인터넷뱅킹에서도 활용 가능해질 경우 발급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은행권에서는 활성화 속도가 지지부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뱅크사인이 좀처럼 활성화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각 은행의 온라인 뱅킹 인증방식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점이 꼽힌다. 특히 모바일뱅킹의 경우 은행마다 지문이나 패턴 등의 방식으로 로그인 및 조회 등이 가능하기 때문에 뱅크사인을 이용할 요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용 중인 휴대전화의 기능에 따라 지문이나 패턴, 안면인식 등의 기능만을 사용해 자금이체도 가능한 만큼 편의성 측면에서 고객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것 같다"라며 "뱅크사인은 증권사나 보험사, 카드사 등과의 금융거래에서 사용할 수 없고 은행에서만 쓸 수 있다는 점도 한계"라고 말했다.
 
뱅크사인을 통해 인터넷·모바일뱅킹에서 처리할 수 있는 업무 역시 제한적이다. 대부분 뱅크사인을 이용해 인터넷·모바일뱅킹에 로그인한 뒤 계좌조회나 자금이체 등의 기본적인 업무 처리는 가능하지만 대출 신청 등 여신 관련 업무를 처리할 때에는 뱅크사인을 이용할 수 없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은행 역시 뱅크사인을 통해 처리 가능한 업무의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뱅크사인을 어떤 업무에 적용할 것인지는 은행이 결정할 수 있도록 돼있는 상태"라며 "타 금융권을 비롯해 공공기관이나 지자체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처를 넓히는 것뿐만 아니라 은행 자체적으로도 처리 가능 업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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