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대이란 제재에서 한국이 예외국으로 인정받자, 주요 수출기업들은 6일 "일단은 희소식"이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예외 인정이 180일로 제한되는 등 리스크가 여전해 수출 재개 등을 포함한 전향적 조치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 5일 0시(현지시간)를 기해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를 비롯한 대이란 경제·금융 제재를 전면 복원했다. 지난 2016년 1월 이란 제재가 완화된 지 2년10개월 만이다. 이란산 원유 거래 금지는 물론 이란중앙은행 및 일부 금융기관과의 거래도 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미국의 금융 시스템을 이용하거나 미국과의 사업이 불가하다. 다만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8개 국가에 대해서는 이란산 원유 수입 제한에 예외를 인정키로 했다.
이란과의 교역에 활용해 온 원화결제시스템도 유지된다. 이란중앙은행이 IBK기업은행, 우리은행에 원화 계좌를 개설해 양국 간 무역대금을 원화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란이 쓸 수 있는 자금원을 끊는 것이 미국의 목적임을 고려해 원화결제시스템을 쓰면 이란으로의 달러 유입을 막을 수 있다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이란산 원유를 구입한 뒤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 계좌에 수입 대금을 원화로 입금하면, 삼성전자 등 국내 수출기업들이 이란 현지에 판매한 제품 대금을 해당 계좌에서 원화로 정산받는 식이다. 이와 관련해 전자업계 관계자들은 "개념적으로만 놓고 보면 과거 이란 제재 때와 달라진 것은 없어보인다"면서도 "실제로 그렇게 진행해도 괜찮을 지에 대해서는 검토를 더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예 기간이 180일에 불과한 점도 기업들이 섣불리 행동할 수 없는 배경 중 하나다. 유예 연장 여부는 6개월 후 재논의된다. 고심 끝에 수출을 재개하더라도 유예가 되지 않으면 또 다시 원점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유예국 지정은 됐지만 자동차 제재가 풀린 것은 아니기 때문에 수출 재개 등의 상황 변동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중동지역 주요 수출 시장인 이란과의 교역은 한파가 지속될 전망이다.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 및 부품, 철강, 가전 등이 당장 이란으로 향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이란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전자기업들의 현지 시장점유율이 60%에 이를 만큼 인기가 높다. 자동차 보급률도 낮아 한국 기업들의 공략 타깃이 됐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지난 5월 미국의 이란 제재 재부과 방침이 발표된 후 이란과의 거래를 줄여왔다. 현대·기아차와 쌍용차는 지난 8월부터 대이란 수출을 중지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상반기 이후 이란과의 거래가 전무한 상태다. 관세청과 한국무역협회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9월 대이란 수출액은 1071만8000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72.6% 급감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