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80여년전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된 대선제분 공장 건물이 서울시 제1호 민간 도시재생 대상이 된다.
서울시는 6일 오후 영등포구 문래동에 있는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 재생사업 선포식을 개최했다.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은 일제강점기였던 지난 1936년 영등포에 건설되고 1958년 대선제분이 인수한 밀가루 공장이다. 총 23개동, 대지면적 총 1만8963㎡으로 이뤄져 있으며, 생산 기능이 아산 공장으로 옮겨진 뒤에는 수도권 물류거점으로 사용되고 있다.
공장 고유의 기능을 잃어버린 공장은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난다.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에 서울시의 제1호 민간 도시재생이 이뤄진다. 부동산 기업 '아르고스 매니지먼트'가 대선제분으로부터 사업 시행 권한을 위임받아 사업비 전액을 부담하고 재생계획 수립부터 리모델링, 준공 후 운영 등 사업 전반을 주도한다. 아르고스는 재생사업의 경제적 독립성과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수익공간을 조성하고, 서울시는 공공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주변 인프라를 통합정비하는 등 행정 지원한다.
대선제분 창업주의 손자인 박상정 아르고스 대표는 "15년 동안 부동산 펀드매니저를 했고, 조부가 대선제분 창업자기도 해서 부동산 가치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봤다"며 "단순히 위치, 건물 크기로 결정되는 부동산 가치보다 더 큰 가치를 추구하고 싶어, 2년 전 아르고스를 창립하고 이번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도시재생은 2단계로 이뤄진다. 내년 8월 개장 목표인 1단계 사업은 전체 23개동 중 14개동(13,256㎡)이 대상이다. 유지·보존·활용에 방점을 두고 리모델링(증축), 구조보강, 보수작업 등을 추진해 8개동으로 새롭게 탄생한다. 카페·레스토랑·상점 등 상업시설과 전시장, 역사박물관, 창업지원공간 등 공공시설이 같이 조성된다.
1단계 사업 과정에서 서울시는 대선제분 공장 주변 보행로 등 주변 인프라를 통합 정비한다. 시민들이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 2호선 문래역을 통해 대선제분 공장으로 편리하게 접근하도록 가로환경 정비도 진행한다. 또 공장 내 전시공간을 활용해 문화전시행사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공공문화예술 프로그램도 지원할 예정이다.
나머지 2단계 사업은 밀가루를 대량 보관하던 사일로 등 대규모 구조물 활용 방안으로, 현재 계획 수립 중이다. 아르고스가 예상하는 착공 시기는 5~6년 뒤 정도다. 1단계에서는 사일로 주변의 담장을 허물어 주차장을 만들게 된다.
서울시는 이번 사업을 계기로, 사업지 주변 지역도 활성화되며 다른 민간기업도 도시재생에 뛰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은 서울에 몇 안남은 소중한 산업유산으로, 쉽지 않은 결정을 해준 아르고스와 대선제분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산업화 유산의 원형을 살리고, 문화의 가치를 덧입힌 서울시의 또 다른 도시재생 아이콘이자 문화 플랫폼을 만들며, 나아가 지역경제 발전에도 기여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박상정 '아르고스 매니지먼트'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있는 대선제분 공장에서 건물들에 대해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