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회계·예산 체계 개선을 포함한 조직 운영 전반의 쇄신안을 확정했다. 이른바 '송영중 사태'에서 촉발된 경총 비리 스캔들에 종지부를 찍고 투명한 조직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다.
손경식 경총 회장(오른쪽)이 7일 오전 열린 제180회 경총 이사회에 앞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경총
경총은 7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제180회 이사회를 열고 회계·예산관리 체계 개선방안 및 직제·인사·급여 등 조직 운영과 관련된 주요 9개 규정을 전면 제·개정했다. 고용노동부의 지도 점검, 외부 회계법인 자문 등을 통해 지적된 사항들을 개선하는 동시에 사무국의 합리적이고 투명한 운영 기반을 확립하기 위한 조치다.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브리핑을 통해 "경총의 조직 관리 규정이 정해진 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며 "새 시대에 맞춰 규정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사회에서 정한 규정대로 예산을 집행해 모범적인 경총이 되겠다"며 "현안에 더욱 열심히 임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도록 많은 이사들이 격려해줬다"고 덧붙였다. 손경식 경총 회장도 이사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경총으로 태어나려고 규정을 대폭 제정하고 보충했다"며 "앞으로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선안의 핵심은 회계와 예산 운영 체계의 전면 개편이다. 경총은 사업별·수익별로 복잡·다기화된 11개 회계단위를 사업 성격에 맞게 4개로 통합해 회계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했다. 기업안전보건회계 등을 '일반회계'로 통합하고, 각종 용역사업은 교육연수사업 등과 통합해 '수익사업특별회계'로 운영한다. 특히 모든 회계와 예산을 이사회와 총회의 승인에 따라 관리·집행하고 예산부서와 회계부서를 분리 운영해 상호 견제·감시 기능을 강화한다. 형식적이었던 회계감사 시스템도 정비해 회계연도 종료 후 업무종합감사를 위한 회원사 감사를 별도 시행한다.
자료/경총
예산과 관련해서는 관례적으로 편성되고 경상 경비 항목의 구분이 명확치 않아 취약했던 부분을 보완했다. 인건비·업무추진비 등의 관리비는 별도 항목으로 분리 편성해 예산 통제의 기능을 높였다. 근거 없이 집행됐던 특별격려금 제도는 이사회·총회의 예산 승인을 거쳐 성과급 등 정상적 보수체계로 전환 시행한다.
간부 수를 줄이는 등 조직의 내실화도 꾀한다. 전체 임직원의 40%에 이르는 팀장급 이상 보직자 수를 2021년 25%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한다. 상위직급별 정원(1급 5명, 2급 15명, 3급 20명 이내)을 설정해 승진과 조직 관리의 적정성도 도모한다. 김 부회장은 "그간 전체 90여명의 직원 중 본부장만 11명으로 너무 많았다"며 "방만한 조직을 정상적 체계로 바꾸려 한다"고 말했다.
고용·노사문제에 한정됐던 경총의 범위도 경제·경영 전반으로 넓힌다. 상법, 공정거래법, 산업안전법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계의 입장을 대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정관 개정을 통해 사업 목적을 '자유시장 경제에 기반한 경제사회 정책 구현'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로 바꿨다. 기존 사업 목적은 '노사 간의 이해 증진 및 협조 체제의 확립과 기업경영 합리화', '건강한 노동운동 조성으로 산업 평화와 국민경제 발전'이었다. 김 부회장은 "노사문제는 결국 경제·경영의 모든 이슈와 결합돼 있다"며 "경총이 더 노력해달라는 기업 요구도 반영했다"고 말했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위상이 떨어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역할을 대신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다른 경제단체와 한 목소리를 내고 힘을 합하려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경총은 지난 8월 진행된 외부 회계법인 자문 결과에 따라 과거 회계처리 과정에서 미납된 세금을 납부했다고 밝혔다. 임직원에게 지급된 특별격려금(2013~2014년)과 관련한 갑근세와 소득세, 일부 회원사에게 받은 특별회비(2013~2018년)에 대한 부가가치세 및 법인세 등이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