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여러 변화와 발전은 15세기 유럽의 종교개혁과 유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매 역사적 개혁의 시기는 인류에게 엄청난 기회의 시기였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1982년 ‘메가트렌드’로 오늘날 세계를 정밀하게 예측해 냈던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 그는 신간 ‘미래의 단서’에서 오는 2020년 이후 인류가 15세기의 종교개혁과 같은 대전환기를 맞을 것이라 예견한다. 가톨릭교회의 헤게모니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던 날들의 변화를 굳이 오늘날과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지 않은가. 대체 어떤 근거에서인가.
나이스비트는 ‘세계 패권의 전환’이란 큰 범주 안에서 이를 다룬다. 15세기 기계식 활자와 인쇄술 발달은 소수 상류층만 누리던 특권을 일반 대중에게로 확산시켰다. 우주의 중심이 지구라는 천동설은 지구가 우주 안에서 돈다는 지동설로 교체됐다. 로마가 틀어쥐고 있던 권력의 붕괴와 미국을 필두로 한 서구 사회의 부상.
나이스비트가 보기엔 ‘서구 중심에서 다중심의 세계로 나아가는’ 오늘날도 500년 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중국를 필두로 한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국가들이 성장하면서 글로벌 역학 관계가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 개혁(Global Reformation)’이다.
저자에 따르면 ‘세계 표준’이던 미국은 최근 들어 그 지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기점으로 금융 시스템은 한계를 극명히 드러냈으며 정치체제의 불안과 분열로 경제 회복력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 ‘하나의 유럽’이란 웅대한 발상을 꿈꾸던 유럽연합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일반 대중을 선동하는 구호로 대륙 전역에 분열과 불신이 움트고 있다. 저자는 ‘서구의 위기’로 상황을 규정한다.
‘세계 개혁’의 중심에는 중국이 있다. 중국은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사회 기반 시설, 교육, 산업 등에 투자하며 해당 국가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설정하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세 대륙의 경제가 벨트처럼 이어져 있기에 책에선 이러한 신흥국가들을 ‘글로벌 서던 벨트’라고 명명한다.
정부 중심의 장기적인 전략을 짜고 있는 중국은 글로벌 서던 벨트의 국가들과 공동 프로젝트나 인프라 협력을 구축해 가면서 경제 판도를 완전히 뒤바꾸고 있다. 특히 ‘일대일로(중국 연안에서 남중국해를 지나 인도양, 유럽으로 이어지는 항로와 중국 중심에서 중앙 아시아, 러시아, 스칸디나비아 반도로 이어지는 육로를 칭하는 교역로)’를 두고 저자는 “‘세계교역 환경’을 바꿀 잠재적 변수”라며 “보호무역으로 무장하는 미국의 흐름과 정확히 배치된다”고 분석한다.
변화하는 기술 흐름을 빠르게 잡고 있는 것도 중국이다. 2016년 해킹이 불가능한 양자 통신 위성을 세계 최초로 발사한 중국은 구글과 IBM, NASA 등을 제치고 큐비트(1과 0의 정보값을 갖는 일반컴퓨터와 달리 1과 0의 정보값을 갖는 양자컴퓨터의 정보 단위) 기반의 통신 기술 분야에서 1위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음성인식 시스템 분야 선두에 서 있는 중국 인터넷 검색엔진 바이두, 세계적 수준의 차량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디추싱 등은 중국 IT 기술력의 미래다.
저자는 “미국의 현재 상황 덕분에 중국은 정치적 자신감을 회복하고 지배 체제에 대한 자국민의 든든한 지지를 확보했다”며 “중국이 자유무역과 환경보호에 강력한 의지를 표할 줄, 반대로 미국이 교역 문호를 폐쇄하며 세계를 두려움에 빠트릴 줄 누가 알았을까. 세계적으로 볼 때 최소한 21세기 중반까지는 중국이 승자가 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세계개혁’이라 할 만큼 불확실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지만 나이스비트는 비관론에 빠지지 말 것을 주문한다. 전에 없던 세계사적 전환과 기술의 발명은 항상 인류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줬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말과 마차로 붐볐던 1880년대 런던은 향후 50년 안에 3미터 깊이의 말똥에 파묻힐 거란 예측 속에 있었다. 하지만 칼 벤츠의 ‘말 없이도 움직이는 운송수단’은 골치 아픈 런던의 문제를 자연스레 풀어냈다.”
존 나이스비트의 '미래의 단서'. 사진/부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