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문식 기자] 경기 고양에서 16일 열리는 ‘아시아 태평양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참석차 전날 입국한 북한대표단이 15일 경기도 방문 공식일정을 시작했다. 첫 방문지는 자율주행 모터쇼 행사장이었다. 대표단은 이날 오전 호텔을 출발, ‘제2회 판교 자율주행 모터쇼(PAMS 2018)’가 열리는 제2테크노밸리로 이동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행사장에서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부위원장 등 일행을 만나 꽃다발을 건네고 “먼 길 오느라 고생하셨다”고 말했다. 리 부위원장은 기업지원허브에 마련된 방명록에 ‘더 높이, 더 멀리 도약하고 비약하여 민족의 슬기와 재주를 만방에 떨치자’고 적었다. 이 지사와 리 부위원장은 1층에 마련된 접견실에서 비공개로 회담을 진행했다. 회담에는 도에서 이화영 평화부지사가, 북측에서는 송명철 아태위 부실장 등이 배석했다.
이 지사와 리 부위원장 일행은 환담에 이어 경기도가 제작한 자율주행차 ‘제로셔틀’에 함께 올라탔다. 제로셔틀은 미니버스 모양의 11인승차(좌석 6석·입석 5석)로 판교 제2테크노밸리 입구에서 지하철 신분당선 판교역까지 5.5km 구간을 시속 25km 이내로 운행한다. 국내에서 운전자가 없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가 일반도로를 주행하는 것은 제로셔틀이 최초다. 레벨4는 차량 스스로 모든 상황을 판단하고 움직이는 완전주행이 가능한 단계로 자율주행 상용화를 뜻하는 레벨5의 바로 전 단계다. 두 사람은 제로셔틀 편으로 1.5㎞ 거리에 있는 제1테크노밸리 스타트업캠퍼스로 이동했다.
북 대표단은 스타트업캠퍼스를 둘러본 후 경기도청 인근에 있는 옛 도지사 공관인 굿모닝하우스로 자리를 옮겨 이 지사가 주최한 오찬에 참석했다. 이 지사는 오찬 시작에 앞서 리 부위원장에게 한국에서 발간된 월북 작가 이기영(이 부위원장의 아버지)의 소설 '고향' 책자를 선물했다. 오찬 식탁에는 명란무만두, 육포율무단자, 새우관자어선, 돼지안심냉채와 장단사과샐러드, 개성인삼향연저육, 장단사과닭찜, 전복들깨미역국 등과 함께 스프로 장단콩물타락죽이 올랐다. 도는 오찬 메뉴와 관련, “‘장단군’ 먹을거리로 차린 평화 밥상”이라고 설명했다.
장단군은 파주와 개성 중간에 있던 지역이다. 현재는 휴전선을 경계로 우리 쪽은 파주시 장단면, 북쪽은 황해도 장풍군으로 나누어진 분단의 상징 지역 중 하나다. 특히 장단콩은 옛 장단군의 일부인 파주 장단면 일대에서 생산되는 작물이다. 여기다 북쪽을 상징하는 개성인삼을 주재료로 함께 담았다.
북측 고위 인사가 우리나라 산업시설 등을 둘러본 행보는 지난 2007년 이후 11년 만이다. 지난 1992년과 2002년 제1·2차 북측 경제시찰단이 우리나라 주요 산업시설 등을 둘러봤다. 리 부위원장은 2004년 국내에서 열린 '6·15 4주년 남북 공동 국제토론회'에 참석했을 때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등 산업현장을 찾은 바 있다. 이후 참관은 2007년 12월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 제1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남했던 북측 대표단이 기아자동차 공장을 방문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도는 앞서 아태평화교류협회와 함께 16일 고양 엠블호텔에서 ‘아시아 태평양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를 열기로 하고 북측 대표단을 초청했다. 북한 대표단은 전날 밤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후 고양에 있는 엠블호텔에 여장을 풀었고, ‘아태평화와 공동번영 협정서 체결’ 및 ‘임진각 평화누리 방문’ 등을 계획 중이다. 도는 이 자리에서 북측과의 교류 활성화를 위한 이재명 지사-북측 관계자 토론 등과 함께 이 지사의 방북 일정 등도 논의할 방침이다.
남북정상회담 등에서 화제가 된 북한의 대표적 음식점인 ‘옥류관’의 도 유치 건도 얘기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고양과 파주 등 도내 여러 지역에서 옥류관 유치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어 ‘공모제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남 관련 논의가 오갈지도 주목된다.
리종혁(왼쪽 네번째)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측 인사들이 지난 14일 밤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방남,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문식 기자 journalma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