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호 기자]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에 대해 고의적 분식회계로 결론을 내면서 새로운 논란이 점화됐다. 정치권에서는 증선위의 이번 결과를 환영하며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 문제를 지적했다. 삼성바이오는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른 정당한 회계처리라며 행정소송을 진행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선위의 결론 이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문제가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아울러 회계업계에서는 증선위의 IFRS해석을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삼성은 청와대와 부당거래를 했고, 국민의 노후자금이 동원되고 또 경제질서는 심각하게 교란됐다"며 "우리나라 대표기업인 삼성이 강력한 기득권을 이용한 정경유착과 부패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증권선물위원회의 결정은 재벌개혁의 작은 단추 하나가 채워진 것으로 평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권선물위원회 결정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을 국민에게 공개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도 이날 오후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 분식회계 사건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일을 이 지경까지 올 때까지 방치한 금융당국의 책임,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의 엄정한 판결, 삼성물산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조사 등의 숙제가 우리 사회에 남겨져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금감원은 삼성물산에 대한 감리에 착수하고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 분식회계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문제이며, 결국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과 직결된 문제임을 낱낱이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계업계에서는 IFRS 해석과 관련된 논란을 두고 증선위의 판단이 맞다는 쪽과 삼성바이오의 판단이 맞다는 쪽으로 의견이 갈리고 있다.
IFRS의 기본은 회계처리 과정에서 회사와 전문가(회계법인)의 재량을 최대한 존중하고 이에따른 책임도 회사에 묻는 것이다. 의견이 갈리는 것도 이 부분이다.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가 IFRS에서 인정하는 '재량'의 영역인지 '재량'을 빌미로 저지른 '불법'인지 여부다.
증선위 감리위원인 이한상 고려대학교 교수는 자신의 SNS에 이번 결정과 관련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교수는 "장기적으로 고의(분식회계) 판단은 개별회사 수준의 충격에 불과하나, 고의 판단을 내리지 않는 것은 자본시장 및 회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최대의 악수가 되어 두고두고 문제의 소지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이 건은 회사와 회계법인이 유착해 상장을 앞두고 모든 무리수를 동원해 회사의 순자산과 이익을 부풀린 것이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일부 회계업계 관계자들은 증선위의 판단이 전문가 판단을 중시하는 IFRS의 기본 취지와 상충한다는 입장이다.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증선위의 이번 결정은 회계법인과 회사가 짜고 불법을 저질렀다는 것인데 IFRS는 불분명한 부분은 전문가의 판단에 맡기는게 기본 취지"라며 "앞으로 회계 관련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전문가의 판단을 무시한다면 회계감리 선진화를 외치는 금융당국의 기조에 오히려 반하는 꼴"이라고 밝혔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