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후자'의 홀로서기…전자 의존도 낮춰

삼성전기, 3분기 매출 비중 46.4% '역대 최저'…SDI·디스플레이도 고객 다변화

입력 : 2018-11-15 오후 6:11:56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삼성의 전자 계열사들이 삼성전자 그늘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 고객 다변화와 사업 다각화로 전자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낮추는 데 성공했다. 갤럭시 시리즈 판매량에 희비가 엇갈렸던 실적도 자체 경쟁력에 기인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계열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선단식 경영'을 지속하기 어려워졌을 때만 해도 '후자' 기업들에 대한 우려가 높았지만, 지금은 독자생존을 바라보게 됐다.
 
15일 삼성전기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1~9월 삼성전기의 삼성전자향 매출 비중은 46.4%로, 상반기 50.1%에서 3.7%포인트 낮아졌다. 지난해 말의 47.8%과 비교해서도 1%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삼성전기가 분기보고서에 주요거래선 매출 비중을 적시한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삼성전기가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 비중을 낮출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전성기를 맞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시장의 호황이 있다. MLCC는 부품 사이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간섭 현상을 막아주는 핵심 부품으로, 스마트폰과 PC, 자동차 전자장비 등에 들어간다. 반도체와 함께 '산업의 쌀'로 불린다. 최근에는 자동차의 전장화, IT 기기의 고성능화, 5G 이동통신 도입 등 4차 산업혁명 수혜로 수요가 급증했지만 공급은 여전히 부족하다. 3분기 삼성전기 매출액 2조3663억원 중 MLCC를 담당하는 컴포넌트 솔루션 부문이 1조268억원으로 전체의 43%를 차지할 정도로 강세다. 매출 증가율도 전체 매출이 29% 늘어난 데 반해 컴포넌트 솔루션 부문은 69%의 높은 성장세를 실현했다. 이를 발판으로 삼성전기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 클럽 달성이 유력하다. 삼성전기는 일본 무라타에 이어 글로벌 2위의 MLCC 업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화권 업체들이 선전하고 있는 점도 삼성전기의 전자 의존도 감소에 기여했다. 삼성전기의 전자 매출 비중은 지난 2015년 61.8%를 정점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샤오미,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급부상할 때와 시기적으로 일치한다. 당시 삼성전기가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영향도 없지 않지만, 중화권 업체들의 듀얼카메라 수요 증가를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다. 
 
삼성SDI도 전자에 대한 의존도를 지속적으로 낮추며 독자생존 기반을 마련 중이다.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 비중을 별도로 공개하진 않지만 에너지저장장치(ESS), 중대형 전지 등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하면서 전자 의존도도 확연히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SDI의 주요 매출처에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외에 BMW, 폭스바겐, HP, 델, CSOT, BOE 등 해외 IT·자동차 기업들이 다수 이름을 올리고 있다. 3분기 삼성SDI의 매출은 2조5227억원, 영업이익은 2415억원으로, 갤럭시노트7 단종 여파로 1조원대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던 지난 2016년과는 체질적으로 달라졌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도 전자 일변도에서 탈피하고 있다. 중화권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OLED 패널 채용을 늘렸던 지난 2016년이 변곡점이 됐다는 평가다. 지난해부터는 애플도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패널을 공급받아 사용하고 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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