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정통성마저 흔들…삼성의 추운 겨울나기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일파만파…컨트롤타워 부재에 혼선 가중 "앞이 안 보인다"

입력 : 2018-11-16 오후 5:06:27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삼성의 겨울은 올해도 추울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수감 중이었던 지난해만큼은 아니지만 가시밭길을 걷고 있음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증권선물위원회가 고의 분식회계 판정을 내린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삼성바이오 모기업인 삼성물산에 대한 특별감리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적법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내년에 있을 대법원 상고심에도 일정 부분 영향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노조 와해 공작 의혹 수사와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 누출 사고 원인 규명도 진행형이다. 사업적으로는 반도체 초호황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포스트 반도체' 찾기도 시급하다. 이런 상황에서 사태를 수습할 컨트롤타워조차 없다.
 
 
지난 14일 증선위가 삼성바이오에 대해 4조5000억원 규모의 고의 분식회계 판결을 내리면서 삼성 내부에는 긴장감이 가득하다. 당장 삼성바이오의 상장 폐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그리고 이로 인한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 등 경영권 승계 이슈로 불이 옮겨 붙었다. 자칫 이 부회장의 정통성까지 위협받을 경우 삼성으로서는 막다른 골목에 처하게 된다. 
 
증선위 발표 당일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증선위원장)은 "모회사인 삼성물산의 재무제표에도 다소 변화가 생길 수 있다"며 특별감리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사건의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을 공개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튿날 기자회견을 통해 "금감원은 삼성물산에 대한 감리에 착수하고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삼성바이오의 고의 분식회계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문제이며, 결국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과 직결된 문제임을 낱낱이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같은 날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별도의 기자회견을 통해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삼성은 (박근혜)청와대와 부당거래를 했고, 국민의 노후자금이 동원되고, 경제질서는 심각하게 교란됐다"고 일격했다. 
 
지난 2월 이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이후 숨죽이며 상고심 준비에만 매진해 온 삼성으로서는 예상치 못한 변수에 사색이 됐다. "이번 사안이 상고심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선 긋기를 하면서도, 혹시라도 불똥이 튈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은 이 부회장 석방 이후 지배구조, 노조, 직업병 등 그간 논란이 됐던 사안들을 하나하나 정면 돌파했다. 지난 4월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전량 매각을 시작으로 삼성전기와 삼성화재의 지분도 모두 처분해 7개의 순환출자고리를 끊어냈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직원 9000여명을 직접고용함은 물론, 이들의 노조활동도 인정키로 해 그룹 창립 이후 80년간 이어져 온 '무노조 경영방침'도 사실상 폐기했다. 10년 이상 끌어온 반도체 백혈병 분쟁 역시 지난 7월 조정위원회의 강제 중재안을 무조건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일단락 지었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오는 23일 이행 협약식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이 사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난제들이 남아있다. 지배구조 개편은 순환출자고리 해소라는 큰 산은 넘었지만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처분 문제가 여전히 골칫거리다. 현재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금산분리 규정만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삼성전자 지분을 유지 중이다. 보험업법 개정 등에 대한 대응은 잠시 미뤄둔 상태다. 
 
노조는 상시 현안이 됐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직원들을 대거 정규직으로 받아들였지만 이들의 노조활동을 방해하려 했던 과거 행적에 대해서는 수사가 끝나지 않았다. 지난 9월 32명이 무더기로 기소됐고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계열사들에 노조 설립이 잇따르면서 창사 후 처음으로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갈등도 겪고 있다. 지난 1월 교섭 시작 이후 10여개월을 끌어온 삼성웰스토리 임단협이 우여곡절 끝에 지난 14일 타결됐지만, 삼성에스원 노조와의 임단협은 아직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지난 9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 누출 사고에 대한 원인 규명도 끝을 보지 못했다. 지난 14일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고용노동부의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특별감독 결과 보고'에 따르면 사법조치 936건, 과태료 682건, 권고 80건 등 총 1689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행위가 적발됐다. 고용노동부는 해당 사고가 사측의 관리 부실에 따른 결과로 판단, 현장 관리책임자의 책임을 물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부 악재만큼이나 내부 고민도 크다. 지난 2년여간 실적행진을 떠받든 반도체 초호황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서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스마트폰이 예전 같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반도체 다음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일단 인공지능(AI)을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하고 전사적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성과를 기대하기엔 이르다는 평가다. 미래전략실 해체로 인한 컨트롤타워 부재로, 계열사 간 혼선이 가중되고 있는 점도 삼성으로서는 부담이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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