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에 고의성이 있었다고 판단하면서 삼성 내부는 깊은 한숨으로 가득 찼다. 이번 결정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상고심과 연계시키는 시각에 대한 부담도 커졌다. 삼성바이오는 회계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기존 주장을 이어가며 행정소송으로 적법성을 입증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바이오는 14일 증선위 발표 직후 입장문을 통해 "당사의 회계처리가 기업회계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확신한다"며 "2016년 한국공인회계사회 위탁감리와 금감원도 참석한 질의회신 연석회의 등으로부터 공식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증선위의 결정에 행정소송을 제기해 회계처리 적법성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사건을 법정으로 끌고 갔다. 삼성바이오는 지난 8일에도 증선위의 앞선 판결에 반발해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는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삼성바이오가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적법하게 회계처리를 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만큼, 그룹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전자까지 나서 괜한 오해를 자처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는 삼성바이오 지분 31.49%를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다. 최대 주주는 43.44% 지분율을 보유한 삼성물산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월 항고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후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삼성은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논란이 이 부회장의 상고심 등에 영향을 줄 것이란 일각의 시각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두 사안을 연결 짓는 것은 전후관계 자체를 잘못 보고 있는 것"이라며 "특검에서도 이미 조사가 끝난 내용"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 역시 "1심에서 쟁점이 됐던 부분도 삼성이 정유라씨에 말을 준 것인지, 빌려준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라며 "그 대가로 무엇을 얻었는가에 대해 '경영권 승계'로 통합적으로 봤지, 세부 사안을 따지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식 이슈가 재판 결과에 영향을 주려면 특검이 공소장을 다시 바꿔야 하는데 대법원에서 그게 가능하겠느냐"며 "재판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판단했다.
반면 정의당과 참여연대 등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여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주식 교환비율은 제일모직 1, 삼성물산 0.35로, 삼성물산의 가치가 현저하게 저평가됐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주장과 동일하다. 이 부회장은 에버랜드(훗날 제일모직) 상장과 삼성물산 합병을 통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 지배력을 크게 높였다. 합병 당시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를 갖고 있었지만 삼성물산 주식은 한 주도 없었다. 현재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율은 17.08%다. 삼성물산은 삼성의 지주사로 가장 유력했다.
한편 이번 결정이 삼성의 대외 평판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데는 다수가 동의했다. 닛케이아시안리뷰 등 외신도 "부패 스캔들과 노조 탄압 의혹 등으로 훼손된 삼성과 이 부회장에 대한 평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